최근 2주 사이에 파리에서 한류 바람을 아주 뜨겁게 느끼고 있습니다. 한류 팬들이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한류 스타 공연을 요구하는 ‘플래시 몹’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한류 동호회가 자발적으로 개최한 한국문화 축제에는 5천여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프랑스 한류 바람의 중심에는 Korean Connection이라는 동호회가 있습니다. 막심 파케라는 입양아 출신의 프랑스 청년이 만든 이 동호회의 회원은 300명 정도라고 합니다. 회장인 막심을 비롯해 ‘열성 회원’ 10여 명, ‘적극적 회원’ 30여 명이 프랑스 한류 바람의 원동력입니다. 파리의 한국 문화원에서 주최하는 한국어 강좌를 듣던 수강생들 위주로 결성됐는데,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의 한류 애호가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이름도 불어가 아닌 영어로 지었다고 합니다.
Korean Connection이 한국문화원과 함께 유럽 지역의 케이-팝 팬들을 추산해보니 족히 6,000~7,000명은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한류 스타 유럽 공연이었습니다. 국내의 SM엔터테인먼트와 접촉한 끝에 6월 10일, 소녀시대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FX 등 다섯 개 팀의 합동공연이 성사됐죠.
그런데 티켓 예매 과정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4월 말 인터넷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15분 만에 6,300석이 모두 매진된 것입니다. 프랑스 내에서의 인터넷 예매는 1인당 최대 8매로 제한돼 있는데, SM측의 대행사인 미국 회사 인터넷 사이트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어서 100여 장씩 매점매석이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56유로에서 111유로였던 티켓 가격이 인터넷에서 1,000(150만 원)유로 이상의 가격으로 나오기도 하면서 부작용이 생기자, 공연의 출발점이었던 Korean Connection이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추가 공연을 요구했던 것입니다.
결국 SM엔터테인먼트도 이런 열기에 힘입어 1회 공연을 늘이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Korean Connection과 한국 문화원은 유럽 한류 바람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파리에서 열리는 6월 공연에 이탈리아와 스위스, 영국, 스웨덴을 비롯해 유럽 각지의 팬들이 호응했기 때문입니다. 6,000~7,000으로 예상됐던 팬의 규모가 지금은 2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다음 달 공연과는 별도로 Korean Connection이 준비해오던 것이 지난 일요일에 열린 한국 문화 축제입니다. 파리 시내의 전시장 하나를 통째로 빌려 마련한 축제의 핵심은 물론 K-POP이었습니다. 유명 한류 스타가 온 것도 아닌데 자기들끼리 경연대회를 열고, 또 한 쪽에서는 한복과 붓글씨, 한국 요리 등을 체험하면서 흥겨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입장료가 11유로(16,500원)였는데, 사전 예매가 3천여 명이었고, 현장 판매와 입장하지 않고 밖에서 보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족히 5,000명은 될 것이라고 행사 관계자들은 추산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열기에 행사장 내부는 찜통이나 다름없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즐기는 모습은 놀라웠습니다.
붐이 일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프랑스의 한류는 사실 여러 곳에서 감지지고 있습니다. 2003년 파리에서 연수를 하던 시절에만 해도 30~40개에 불과하던 한국 식당의 수가 지금은 100개를 훌쩍 넘고, 식당마다 프랑스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이창동, 홍상수, 임상수 감독들을 비롯해 한국 영화는 프랑스 영화팬들 사이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인 것 같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의 K-POP 열풍이 과거 선풍적이었던 J-POP을 닮았다고 하기도 합니다. 한 때의 바람으로 지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죠.
한식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음식이 인기를 얻자, 불고기(Korean Barbecue) 메뉴를 포함시켜 한식을 병행한다고 하는 중국 식당들이 늘고 있습니다. 아예 중국 사람들이 하는 한국 식당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경영하는 저가의 일식당이 생기면서 일본 음식의 정체성이 사라졌던 전례를 떠오르게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의 한류 붐에 매몰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전략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취재파일] 유럽의 한류, 제대로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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