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만화가 강풀 씨가 좀비를 소재로 한 신작 장편 만화 '당신의 모든 순간'(전4권. 재미주의 펴냄)을 출간했다.
출간에 맞춰 25일 서울 대학로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강씨는 "좀비가 나온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호러물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엔 명백하게 순정물"이라고 소개했다.
전작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이어 '순정만화 시즌 Ⅳ'라는 부제가 붙은 '당신의 모든 순간'은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되며 하루 평균 200만 명의 독자와 먼저 만났다.
작품은 사람들의 뇌가 녹아내려 좀비가 되는 전염병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2012년 서울, 낡고 오래된 주공아파트를 배경으로 주위 사람들이 모두 좀비로 변한 가운데 홀로 살아남은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좀비를 좋아합니다. 중·고등학교 때 좀비 영화 보고 매료돼서 좀비 영화는 다 찾아볼 정도였죠. 그동안 숱하게 나온 좀비 영화나 소설을 보면 자기 연인이나 가족도 좀비가 되면 서로 적이 돼 가차 없이 죽여버리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궁금했습니다."
이러한 의문에서 출발한 만화는 인류의 대부분이 좀비가 된 대재앙의 끔찍함이 아니라 그 속에서도 살아있는 애틋한 사랑이나 좀비가 된 순간에도 가장 기억하고픈 행복했던 기억을 불러내고 있다. 갑작스럽게 좀비가 된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의 기억을 찾아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제 예전 작품에 손녀딸이 할아버지에게 인생이 뭐냐고 물었을 때 할아버지가 '인생의 반은 추억거리를 만드는 것이고, 나머지 반은 추억을 되짚으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답한 부분이 있어요.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지탱하는 게 기억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착한 사람이든, 못된 사람이든 가장 소중한 기억은 가족이라고 생각했어요."
등장하는 좀비 캐릭터 역시 좀 남다른 데가 있다.
"좀비도 좀비 이전에는 결국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어낸 좀비는 다른 영화에서처럼 아무리 죽여도 죽지 않고 되살아나는 지긋지긋한 존재가 아니라 느리고, 힘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 제풀에 죽어버리는 무기력한 존재들이다.
작가는 "좀비에게 연민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며 "사람 뜯어먹는 공격성 있는 모습이 아니라 병에 걸린 피지배적인 모습으로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좀비조차 '착한' 만화를 그린 데 대해 그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선하다고 믿는다"며 "좋은 사람들이 나와서 얽히는 이야기가 좋다"고 말했다.
강씨의 만화는 '아파트' '바보' '순정만화'와 '그대를 사랑합니다'까지 모두 네 편이 영화로 제작됐다. 아홉번째 장편만화인 '당신의 모든 순간'도 영화사 청어람을 통해 스크린에 옮겨질 예정이다.
그는 "한국형 좀비 영화가 나올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내며 "'순정만화'에 한 번 카메오로 나온 이후 너무 어려워 출연은 안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눈에 잘 안 띄게 지나가는 좀비역으로 출연하게 해달라고 조르고 있다"고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강풀 "좀비 등장하지만 호러 아닌 순정물"
'당신의 모든 순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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