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이라는 말에서는 뭔가 '기대'와 '환상'이 함께 묻어납니다. 비좁고 어두운 골목 대신 번듯한 거리와 집이 생길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아마 'New'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 탓이겠지요.
이런 뉴타운을 두고 서울시는 요즘 매우 시끄럽습니다. 뉴타운 정책의 전면 수정이다, 폐지다, 유지다 설이 분분하고 각 언론사들도 서로 다른 분석으로 지면을 채우느라 바쁩니다.
'뉴타운'은 뭘까요? 뉴타운은 재개발 사업의 일종입니다. 그렇다면 재개발은 뭘까요? 재건축과는 뭐가 다를까요? 슬슬 헷갈립니다. 흔히 재개발과 재건축은 낡은 주택을 정비한다는 의미에서 한 덩어리로 많이 쓰입니다. 하지만 사업 방식과 절차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구분해서 쓸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재개발은 '도시개발법'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주거 환경이 낙후된 곳에 도로나 상수도같이 반 시설을 새로 넣고 주택도 새로 지어서 주거 환경과 도시 경관을 재정비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반면 재건축은 '주택건설촉진법'이 바탕으로, 건물을 소유한 사람들이 직접 조합을 구성해서 낡은 집을 헐로 새로 짓는 걸 말합니다. 좀 더 쉽게 구분하자면 개발은 공공사업이고 재건축은 민간사업으로 보시면 됩니다.
여기에 뉴타운이라는 또 다른 개념이 등장합니다. 정말 머리가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뉴타운은 일단 큰 덩어리의 재개발로 이해하시면 한결 편합니다.
재개발은 낡은 도시를 바꾸자는 좋은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도시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면서 문제점이 속출했습니다.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을 들여만든 상수도나 도로망이 단절됐고, 커뮤니티가 와해되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바로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도시 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일반 재개발보다는 좀 더 넓은 범위를 지정한 뒤, 계획적이고 효율적으로 주거 환경 개선하자는 취지의 '뉴타운'이 생겨난 겁니다.
적고 보니, 역시 뉴타운은 참 그럴싸합니다. 낡은 동네를 '새롭게' 만든다고 하니 반대하는게 더 이상할 지경입니다. 워낙 사람들이 좋게 여기다보니 도입 초기에 선거와 맞물리면서 정치권의 선심성 지정이 난무했고 뉴타운에 지정이 안 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떠들썩했습니다.
하지만 뉴타운을 도입한 지 10년쯤 지나면서 각종 문제점들이 생겨났습니다.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역은 땅값이 많게는 5배 가까이 뛰면서 부동산 투기 광풍이 일었고, 철거를 둘러싼 크고 작은 싸움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습니다.
대상 지역에 살고 있는 가구수보다, 새로 만들어지는 아파트가 적기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며 삶의 터전을 잃고 떠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뉴타운 사업이 완료된 곳은 획일화 된 아파트 숲이 들어서는 바람에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서울시내 주택의 80% 정도가 아파트로 가득차 버리는 이른바 '성냥갑' 도시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여기에 광역 단위로 도시 개발을 잘해보자는 취지와는 무색하게 뉴타운 구역 내에서도 사람들의 의견 충돌로, 어떤 구역은 수월하게 일이 진행되고 어떤 구역은 지정된 지 몇년이 지나도록 추진위원회조차 꾸리지 못하는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뉴타운을 중심으로 한 주택 정비에 대대적인 수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대상 지역에 대해 '싹쓸이 철거'를 한 뒤 아파트를 지어 올리는 방식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상태가 양호한 주택은 그대로 둬서, 주택이 한꺼번에 사라져 주민들이 혼란을 겪도록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아파트만 짓는 방식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주택 수요가 많은 역세권에는 고밀도 아파트를 올리고, 구릉지대에는 빌라를 짓고, 또 다른 곳에는 한옥 마을을 짓는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하겠다는 겁니다.
또 같은 아파트를 짓더라도 지금처럼 24평, 33평 이런 식의 구조 말고, 최근 급증하고 있는 1~2인용 주택에 대한 수요를 고려한 소형 주택이나 한 집 안에 두 가구가 살 수 있는 부분 임대형 아파트 등 형태를 다양화 하기로 했습니다.
뉴타운은 더 이상 지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일단 지정돼 있는 뉴타운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지만 새 뉴타운 지정은 없다는 겁니다.
여기에 뉴타운 구역안에 들어가 있긴 하지만, 아직 일정정도의 노후도가 충족되지 않아 집을 짓지도 고치치도 못해 재산권 침해를 받고 있는 이른바 '존치지역'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원할 경우 건축 제한을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서울시를 도심권, 서남권 등 5개 권역으로 묶어서 개별 사업 단위로 진행되면서 생겼던 잡음 없이 종합적으로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용산 참사를 비롯해서 기존에 제기된 정비사업 방식의 문제점을 뒤늦게라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아직도 갈길은 멉니다.
일단 '존치 지역'의 제한을 풀어주는 기준이 너무 모호합니다. 서울시는 적어도 지 소유자의 절반 이상이 반대할 경우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일단 한 번 풀어주면 여파는 매우 큽니다.
건축 제한을 풀면, 그동안 재산권 침해를 받았던 주민들이 집을 고치거나 새로 짓기 시작할 것이고, 그럼 그 지역은 노후도를 채울 수 없게 돼 원히 뉴타운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이 뉴타운 폐지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건데요. 광역화된 지역을 고르고 균형있게 개발하자는 뉴타운 과는 달리, 오히려 더 들쭉날쭉 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어떤 집을 짓느냐도 큰 문제입니다. 높디 높은 서울시 집값탓에 애를 먹는 직장인이나 대학생들을 노린 고시원이나 원룸이 우수죽순 생기면 이 또한 '슬럼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잔뜩 오른 땅값도 골칫거립니다. 개발 기대감에 들떠 땅값이 오를 대로 오른 뒤라 한 번에 썰물처럼 빠지면서 생길 시장의 충격도 고려해야 하니까요.
뉴타운 사업 10년. 뉴타운이 더이상 '헌 집 주면 새 집 주는'사업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뉴타운도 결국 듣기 좋은 '空約'이었다며 쓴소리를 합니다. 10년의 큰 홍역을 치른 서울시는 이제 집이나 땅 투기로 큰 이득을 보는 일도, 쓰라린 상처를 입는 일도 없도록 도시의 생태적, 기능적 특성을 모두 고려한 개발에 힘쓰겠다고 합니다.
모두의 구미에 딱 맞는 정답은 있는 걸까요? '뉴타운'의 올바른 출구는 어디일까요?
[취재파일] 말 많고 탈 많은 '뉴타운'의 출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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