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개인택시를 몰면 중산층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도시 빈민층이에요."
24일 오후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서울개인택시조합복지충전소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 박상율(52)씨는 시내에서 운행하다 가스를 충전하러 이곳을 찾았다.
시내에도 충전소가 있지만, 조합에서 운영하는 이곳이 1ℓ에 30~50원 정도 할인을 해 주기 때문이다.
박씨는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한 달이면 3만~4만 원을 절약할 수 있다"며 "좀 더 할인이 되는 충전소를 찾아 일부러 시 외곽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재수하는 아들과 고1인 아들이 있는데 아내와 밤늦게까지 잠 못 자고 성실하게 일해도 항상 적자라 힘이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LPG값과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택시와 화물차를 운전해 생계를 잇는 서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회사택시를 모는 김정택(40)씨는 "작년에 LPG값이 많이 올라 '이러다 1천원도 넘겠네'하며 농담을 했는데 실제 1천원이 넘으니 이제 그만둬야 할까 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사납금이 워낙 비싸 조금이라도 기름값이 싸야 한 푼이라도 더 가져갈 수 있는데, 새해 들어서만 하루가 다르게 기름값이 오르고 있으니 '경제가 좋아진다, 서민을 위한다' 하는 말들이 다 헛소리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그는 "승객들도 회사택시가 '난폭하다, 불친절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여야 한 명이라도 더 태우고 기름 한 방울이라도 절약해 처자식 벌어 먹일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트레일러를 운전하는 변모(42)씨는 "부산 서울 왕복 운송료가 80만원인데 이 중 90%가 기름값, 도로비로 들어간다"고 했다.
그는 "하루 10시간 이상 일해도 들어오는 돈은 한 달에 많아야 100만-150만 원밖에 안 되니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면서 "아이들 급식비나 생활보조금이라도 받으려고 어쩔 수 없이 위장 이혼을 해놓은 상태"라고 털어놨다.
그는 "차를 세워놔도 보험료다 뭐다 다달이 나가는 돈이 100만 원씩 된다. 해도 남는 건 없는데 유가는 자꾸 폭등하니 정말 때려치워야 하는지 참고 해야 하는지 앞이 안 보인다"며 "차라리 기름 값이 700원 하던 IMF 때가 나았다"고 했다.
11t 트럭을 운전하는 정현중(41)씨는 "화물복지카드가 있어서 한 달에 50만원을 지원해준다고는 하지만 실제 쓰는 기름값에 비해 턱없이 적은데다 지원비는 일하지 않는 날은 제하고 계산되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화물터미널에 나가면 차들이 내내 대기하고 있다가 운이 좋으면 화물 배정을 받는다. 공치고 노는 날이 더 많은데 지원비를 어떻게 받느냐"며 "새벽부터 기다리다 일을 따지 못하는 날은 왔다갔다하느라 기름값만 낭비한다"고 했다.
그는 "화물차는 우리한테 목숨 같고 자식 같은데도 기름값 때문에 차를 팔아버릴까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기름값 오를 때마다 이런 하소연을 한게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이렇게 대책이 없다니 우리가 국민이 맞나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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