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때리면 폭행죄 또는 상해죄가 적용됩니다. 당연히 불법입니다. 간명한 진리입니다.
교사가 학생을 때리면 어떻게 될까요? 논리적으로는 간단합니다. 교사는 사람입니다. 학생도 사람입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사람이 사람을 때리면 불법입니다. 따라서 교사가 학생을 때리면 불법입니다. 논리학 교과서 첫 장에 나오는 간단한 3단 논법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치 않습니다. 교사가 학생을 때리는 것, 즉 '체벌'은 교육적 수단이라는 '문화' 때문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 방침이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사랑의 매까지 불법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이런 와중에 서울 북부지법은 2차례에 걸쳐 손바닥을 회초리로 50대 맞았다며 고등학생이 교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민사)에서 제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선생님에게 540여만 원을 제자에게 물어주라고 판결했습니다.
'사랑의 매'가 불법이라고? 상당히 이례적인 판결처럼 여겨졌습니다. 법원을 취재했습니다. 판사들의 반응은 태연했습니다. 전혀 이례적일 것이 없는 평범한 판결이라는 것입니다. 대법원 판례가 이미 20년 전에 확립됐고, 그 판례에 따른 정상적인 판결이라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체벌’은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미 20년 전부터 불법이라고 규정돼 있던 셈입니다.
왜 그럴까요? 문제의 1991년 대법원 판례를 분석해봤습니다. 핵심은 체벌의 정당화 요건을 규정한 부분이었습니다. 요건은 3가지입니다.
1. 먼저 체벌에 교육적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2.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 교정이 불가능하여 부득이 한 경우에 한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3. 체벌의 방법과 그 정도가 사회 관념상 비난받지 않은 정도의 타당성이 있어야 합니다.
체벌이 정당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이 조건 3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야 합니다. 문제는 2번, 체벌이 이른바 '최후 수단'이라는 점을 교사 측에서 입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실상 입증하기가 어려운 일이죠. "다른 모든 교육수단을 모두 써봤는데 도저히 효과가 없어서 때릴 수밖에 없었다"라고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은 잘 떠오르지 않더군요.
이 3가지 조건은 체벌에 관련된 법적 기준으로 20년 동안 흔들림 없이 유지돼 왔습니다. 다른 예외도 허용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예컨대, 북부지법의 이른바 '손바닥 50대'사건 같은 경우 학생과 교사 간에 체벌에 대한 사전 약속과 양해가 있었습니다. 학기 초에 어떤 잘못에 대해 어떤 체벌을 받는다는 점에 대해 학생들과 교사가 서로 동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본인의 동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체벌 정당화 3요건에 해당하지 않았다며 학생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체벌이 '사실상' 불법이라는 법원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그러나 교사의 '체벌'에 대해 아직 우리 사회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체벌이 사라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에 따른 교실의 무질서에 대응할 방법도 마땅치 않고 체벌 대신 도입된 이른바 '대체벌' 제도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모습입니다.
체벌이 이미 20년 전부터 '사실상' 불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한참 늦은 셈입니다. 교실이란 곳이 누군가 일방적으로 지시한다고 바뀌는 곳도 아니니,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변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이라도 교육 현장에 있는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 해법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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