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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도대체 어느 저축은행을 믿어야 하나?

[취재파일] 도대체 어느 저축은행을 믿어야 하나?

지난달 삼화 저축은행의 전격적인 영업정지로 저축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분들이나 돈을 넣으시려는 분들 모두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당시 금융당국이 당분간 추가 영업정지가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오늘(17일) 부산과 대전 저축은행이 또다시 6개월 영업정지가 됐습니다. 금융당국은 이제 상반기 중에는 이들 계열사를 제외한94개 저축은행에 대한 추가 영업정지가 없다며 안심시키고 있지만 어디를 믿어야 할지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퇴직을 앞두고 목돈을 넣어둔 분들은 걱정이라고 합니다. 안정적으로 돈을 굴려야 하는 이 분들은 그나마 5천만 원까지는 예금자 보호가 되고, 이자도 은행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이 주는 저축은행을 선호하시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연초에 금리를 올린 뒤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조금씩 올려 5%를 주는 곳도 있지만 그만큼 물가 상승률이 4% 이상으로 높다 보니까 아직 물가상승률과 세금을 뺀 은행의 실질 예금금리는 이자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일부 은행 예금은 마이너스 금리를 주고 있는 셈입니다. 다른 자산 시장도 비슷합니다. 부동산 시장은 '불패론'이 꺼진 뒤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고 주식 시장도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넘나들고 있다지만 지금 들어가기엔 부담스럽고 위험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해 우리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와 타이완을 비롯한 신흥국의 물가상승을 우려해 자금을 빼내고 있는 흐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그나마 안전한 저축은행을 고를 수 있을까요? 그 동안 저축은행을 선택할 때 안전성의 기준으로 제시돼 왔던 것이 이른바 '88클럽'입니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이상이면서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 비율이 8% 이하인 저축은행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저축은행중앙회 인터넷 홈페이지( www.fsb.or.kr)에서 경영공시를 클릭하면 105개 저축은행의 주요 경영지표를 찾아볼 수 있는데 저축은행을 선택하기 전 이 곳에서 해당 저축은행이 '88클럽'인지를 확인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금융당국이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밑이면 경영개선 명령이나 권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고 조심하라는 것이죠.

그런데 이제는 이런 88 클럽만으로는 안전한 저축은행을 고르기 어려운 여건이 됐습니다. 우선 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의 경영정보가 최신 자료가 아닙니다. 최근 자료가 아니고 아무리 빨라도 6개월 전의 자료이기 때문에 요즘처럼 저축은행이 어려울 때는 '88클럽'을 믿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상장된 저축은행들은 최근 경영 실적을 공시하기 때문에 그 자료를 참조할 수 있지만 전문가가 아니라면 재무제표 상의 허점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실적만 믿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올해 추진하고 있는 저축은행 안정화 기금의 규모가 20조 원인데 이 규모는 환란 때 투입됐던 구조조정 자금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그만큼 저축은행 업계가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하나를 더 추가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당기 순이익이 흑자를 내고 있느냐 입니다. 적어도 8년 연속 당기 순이익이 흑자를 내는 곳이라야 믿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BIS 자기자본비율 8% 이상, 부실채권 비율 8% 이하, 8년 연속 당기 순이익 흑자라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이른바 '888클럽'은 돼야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직접 찾아보기 번거롭다면 예금하기 전에 해당 저축은행 직원에게 이 세 가지 조건에 해당되는지 물어보시면 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해당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비율입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전체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12조 4천억 원, 연체율은 24.3%나 됩니다. 현재 저축은행 위기의 본질이 부동산 PF 대출부실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한 기준입니다. 만약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한 저축은행이라면 일단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십중팔구 부동산 프로젝트 대출을 통해 성장한 곳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예금이자를 다른 저축은행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게 제시하는 곳도 조심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7% 이상을 제시하고 있는 곳도 있는데 현재 돈을 굴려서 이만큼 이자를 안정적으로 충당하기 쉽지 않은 여건입니다. 그런데도 지나치게 높은 이자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서둘러 자금을 확충할 필요가 높다는 뜻이고 다시 말해 경영에 뭔가 어려움이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에 맞는 저축은행을 찾으셨다 해도 5천만 원 이상을 한 저축은행에 넣어두는 것은 위험합니다. 예금자 보호한도인 5천만 원은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금액이기 때문에 5천만 원 이상의 목돈이라면 가족 명의를 이용해 5천만 원 이하로 쪼개서 맡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소비를 포기하고 맡긴 예금에 대한 귀중한 이자를 날려버리기 때문입니다. 삼화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몇 달 동안 예금을 찾지도 못하게 되고 만약 해당 저축은행이 망하면 약속한 이자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럴 경우 이자 수준은 예금보험공사가 결정하는 데 아주 낮습니다. 현재도 연 2.3% 수준입니다.

이미 저축은행에 돈을 맡기신 분들 가운데 만기가 얼마 남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손해가 클 수 있으니 신중하게 판단하실 필요가 있지만 돈을 맡긴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앞서 설명한 조건으로 따져봤을 때 '위험한 저축은행'이라는 판단이 드신다면 과감하게 안전한 쪽으로 돈을 옮기시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맞물린 현재 우리 저축은행들의 상황은 "우리는 괜찮은 은행이다"라는 말만 믿고 귀중한 돈을 맡기기엔 너무 살얼음판을 걷는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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