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전·의경 부대 내의 구타·가혹행위 사고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경찰청이 후임 전·의경을 상대로 한 선임들의 비인간적 괴롭힘이 고질적·구조적으로 행해진 부대를 아예 해체하겠다는 극약처방까지 내놓는데도 좀처럼 뿌리뽑히지 않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전·의경 부대에 이처럼 악습이 잔존하는 것은 시위진압 임무의 특성상 강한 군기를 필요로 해 폭력이 용인돼온 데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관심 소홀이 폭력문화를 방조하게끔 한 탓이라고 진단한다.
◇불치병 얻고 집단이탈까지 = 최근 들어 심각할 정도로 악성인 전·의경 구타 사고가 두 건이나 터졌다.
충남경찰청 소속 부대에서 의경으로 근무하다 급성 혈액암(백혈병)으로 숨진 박모(21) 의경 유족은 지난 연말 인터넷에 글을 올려 박 의경이 복무 중 선임에게 상습적인 구타에 시달린 끝에 스트레스로 불치병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진상조사단을 꾸려 수사한 결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지난 10일 중대장 4명과 이미 전역한 부대원을 포함해 무려 17명이 처벌받았다.
최근에는 강원경찰청 소속 307전경대에서 이경 6명이 계속되는 구타와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부대를 집단 이탈했다.
이들은 부대나 전경버스에서 온갖 불편한 자세를 감내해야 했고 선임의 이름과 기수 등의 암기를 강요당하며 갖가지 괴롭힘을 당했다고 서울경찰청에 신고했다.
여기다 25일 오전에는 인천 중부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심모(20) 의경이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심 의경은 지난해 4월 이 부대로 전입한 뒤 두 차례 탈영했다가 우울증의 일종인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같은 해 7월부터 병가와 휴직을 하며 자택에 머무르다 복귀일인 이날 오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특히 이 부대는 지난해 8월에도 선임 두 명이 후임자를 폭행한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은 이 부대에 구타가 상존한 점에 비춰 심 의경이 복귀 후 선임의 괴롭힘이 두려워 자살을 택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사인을 철저히 밝힐 것을 수사팀에 지시했다.
◇악습 원인과 해결방안은 = 전문가들은 군과 달리 전·의경 부대에 구타나 가혹행위가 남아 있는 원인으로 근무 특성과 환경을 꼽았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의경 임무는 주로 시위진압이라 상당히 강한 단결심과 일사불란한 행동을 요구한다"며 "현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임무 수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폭력이 용인돼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의경은 경찰의 부수 조직이라 감시와 예산배정이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무관심을 틈타 폭력문화가 사라지지 않은 채 남았다고 보는 게 맞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근절 방안으로 폭력행위 신고 제도나 가해자·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상담 시스템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곽 교수는 "구타를 당했을 때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알릴 신고 시스템이 필요하고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장치도 있어야 한다"며 "특히 지휘관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부대 내부문제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상습적인 가해자나 피해자는 별도로 관리하는 방법을 군에서 배우고, 예방교육으로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는 한편 전문 컨설턴트를 부대마다 두고 상담이 이뤄지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끊이지 않는 전·의경 구타…근절대책 없나
"신고·상담 시스템 구축, 내부고발자 보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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