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보일러 동파 수리비, 누가 내야하나?

보일러 동파 수리비, 누가 내야하나?

차디찬 바람이 올 겨울 내내 함께 하는 발열내의도, 스타킹 위로 덧신은 양말도 사정없이 뚫고 들어와 온몸을 시리게 하는 추위였습니다. 서울에서는 하루에도 몇 천 건의 상수도 계량기 동파 신고가 들어오고 김해에서는 직경 2미터짜리 상수도관까지 터져 17만 가구가 물을 쓰지 못해 고통을 받는 등 혹한의 영향력은 대단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보일러라고 멀쩡했을까요. 린나이 보일러의 경우 겨울철 평소 1만 건 정도였던 콜센터 문의전화가 연일 계속된 한파로 많게는 두배 정도인 2만 건까지 뛰어올랐고, 귀뚜라미 보일러도 평소보다 많은 배관 동파 전화로 비상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한파 기간에 보일러가 망가지는 건 십중팔구 수도배관이나 배관동파가 원인입니다. 보일러 자체는 동파 방지 기능이 있기 때문에 코드만 꽂아도 문제 없지만 물이 흐르는 배관의 경우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얼기 쉽기 때문입니다. 보일러가 고장나면 난방이 안 돼 덜덜 떨어야 하고 씻지도 못해 꾀죄죄해지긴 해도 일정 기간 무상 수리를 받을 수 있는데다 대부분의 경우 수리 기사가 몇 가지 조치를 하고 부품을 갈면 다시 작동되기 때문에 이런 불편들은 비교적 금세 사라집니다.

문제는 수리비. 돈 돈들여 내 집에 보일러를 놓고 고치는 경우야 괜찮지만 세들어 살 때는 분쟁의 소지가 되는 일이 많은데요,  '그깟 십 몇만 원 내가 내고 말지' 하는 사람은 드물고 '집주인이 내야하지 않을까', '이건 세입자야  내야하지 않을까' 하고 다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기록적인 추위가 기세를 부린 지난 주말, 보일러 수리 문제로 서울시에 접수된 분쟁 조정 신청만 60건을 넘었다고 하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 과연 보일러 수리비는 누가 얼마를 내야 할까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을 살펴보면 보일러 동파 발생 우려가 없는지 사전에 점검하는 것은 집주인이, 보일러가 망가지지 않도록 일정 온도를 유지하고 하자가 생겼을 경우 즉시 통보하는 건 세입자의 몫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수리비 등을 둘러싸고 분쟁이 생기는 경우를 대비해 서울시는 '보일러 동파 관련 주택임대차 배상책임 분쟁 조정 기준'을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기준안에 따르면 세입자의 사용 부주의가 보일러 사고로 이어진 경우 사고 배상책임은 세입자에게 있지만 보일러 사용 기간이 경과할수록 세입자의 부담 비율이 줄어들어 7년이 지나면 배상 의무가 없어집니다. 7년이 지나지 않은 보일러에 대해서는 기간마다 다른 감가상각율을 적용해 배상 금액이 달라집니다. 산출 공식은  배상액 = { 구입가-(구입가*감가상각율)} * 1.1  인데요,  식으로 적으니 숫자에 약한 저부터 헷갈리는데,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4년 6개월 전 70만 원을 주고 산 보일러가 세입자의 부주의로  동파됐다고 한다면, 세입자가 내야하는  금액을 계산하는 방법은 {700,000-(700,000*0.57)} * 1.1입니다. 즉, 최초 구입금액인 700,000원에서 이 금액에  4년 이상 5년 사이의 감가 상각율인 0.57을 곱한 금액을  일단 빼고, 그리고 나서 다시 1.1을 곱해 33만 1천 백 원을 구할 수 있습니다.

( 1.1이라는 숫자는 소비자 기본법에서 손해 배상할 때 10%를 더하도록 돼 있는 기준에서 온 숫자라고 하네요.)

아무리 많이 부담한다고 해도 33만 1천 백 원을 넘길 수 없다는 의미로 33만 원 이하는 세입자가 부담하고 그 이상은 집주인이 내야한다는 얘기입니다. 기준안이 마련돼 있기는 하지만 얼굴 붉히며 싸우는 건 누구에게나 피곤한 일입니다.

한국가정법률소에서 파견된 전문상담인원과 공인중개사 등으로 상담실을 꾸려 주택임대차 상담을 해오고 있는 서울시는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민법 관련 규정에 대해 이해하고 상호한 협조하는 게 원만한 계약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보다 먼저 한파에 보일러가 갑작스레 멈추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도 이상의 온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보일러를 항상 켜두고,  온수 밸브는 살짝 열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저처럼 외출로 놓고 안심하시는 분들 계실텐데,  외출은 일정 온도 이상되면 보일러를 강제 종료 하는 기능이 있어서 멈추는 시간이 오래  지속되면 얼 수도 있어서  보일러 회사에서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해요.)

얼기 쉬운 배관 단열은 적어도 2.5센티미터 두께 이상의 단열재가 효과적이지만 없을 경우에는 가정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헌 옷가지나 이불을 활용하면 되고요, 혹 배관이 얼었다고 해도 가스불 등을 이용해 직접 열을 가할 경우 큰 화재로 연결될 수 있으니 전문 업체에 연락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합니다.

작은 생활 지식이지만 도움이 되셨으면 해서 적어봤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