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화요일 오전, 경찰서 기자실로 독서실 전문털이범을 검거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서울 노량진 일대 독서실만 골라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쳤다는데, 사건 자체는 기자들의 흥미를 크게 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독서실에 몰래 침입하는 장면이 담긴 CCTV가 있다는 얘기에, 별다른 기대 없이 동영상 파일을 열어봤습니다.
독서실 입장료를 받는 사무실 다들 아시죠? 독서실 '총무'라 불리는 사람이 앉아있는. CCTV에는 그 사무실로 들어가기 위해 20대 남성 한 명이 서성거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사무실 문도 열어보고, 창문도 열어보고 이곳저곳 잠그지 않은 문이 없나 확인해봅니다.
'뭐, 문을 어떻게 따고 들어가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 남자, 사무실에 달려 있는 아주 작은 창문 하나를 열었습니다. 사람 머리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크기라, 독서실 총무도 잠그는 걸 깜빡했던 것 같습니다.
'에이, 저 작은 창문을 열어서 뭘 하려고..'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놀라운 광경이 제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갑자기 피의자가 오른쪽 다리를 뻗어 창문 안으로 밀어넣기 시작하더니, 머리를, 다음에는 왼쪽 다리를 순서대로 밀어 넣습니다.
신장 180센티미터가 넘는 남성이 마치 요가를 하듯 자신의 온 몸을 그 손바닥만한 창문으로 집어 넣은 겁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바로 8시 뉴스 리포트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일단 동작경찰서로 가서 피의자부터 만나봤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 술을 마시고 저지른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고 딱 잡아뗍니다. '혹시 요가 같은 운동을 한 적이 있느냐?'라는 제 질문에 '없다'고 짧게 대답합니다.
여러분도 뉴스를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보통 사람의 유연성으로는 그 창문으로 몸을 넣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입니다. (뻣뻣한 저는 정말 엄두도 못낼..;;) 금품을 털린 독서실을 찾아가 봤는데요, 주인들도 혀를 내두릅니다. 그런 좁은 창문으로 도둑이 침입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꼭꼭 잠그는 걸 소홀히 한 거죠.
취재를 마치고 회사에 돌아온 뒤 기사를 쓰면서, 또 편집을 하면서 그 문제의(?) CCTV 영상을 보는 내내 자꾸만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8시 뉴스를 통해 CCTV를 보게 된 선배, 후배들도 다들 '우와'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물론 이런 걸 따라해선 안 되겠죠? (함부로 흉내내기도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이런 다양한 재주(?)를 가진 나쁜 사람들도 있으니, 외출할 때는 작은 문이라도 열리진 않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겠습니다.
손바닥만한 창문도 OK
독서실 전문 털이범의 놀라운 '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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