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최근에 서울 양화대교를 지나가 보셨나요? 만약 그러셨다면 아마 자동차를 타든 버스를 타든, 아니면 걸어서 건너든 간에 '어, 다리가 뭔가 이상하다' 하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현재 양화대교는 합정역이 있는 북단에서 선유도역이 있는 남단으로 건너든, 아니면 그 반대든 'ㄷ'자 모양으로 심하게 꺾여 있습니다.
다리로 진입하기 전부터 공사중, 급커브, 서행 등등의 표지판이 있지만 사실 그 표지판을 하나하나 읽으며 지나는 사람도 드물 뿐더러 다 읽었다고 해도 급커브를 운전해서 지나야 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을 리 없습니다. 막힐 때는 막힐 때대로, 통행량이 적어 속도가 높아지는 밤은 밤대로 피곤하니까요.
꺾여 있는 다리 밑이 궁금해 배를 타고 양화대교 밑으로 가 봤습니다. 밑에서 본 다리는 더 불안불안했는데요, 칼로 벤 듯 날카롭게 잘려나간 양화대교 허리 부분이 눈에 확연히 들어오고, 지금 차량들이 다니고 있는 쪽에 임시로 설치된 다리는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교각에는 유람선이 오가며 부딪힌 흔적도 선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양화대교는 도대체 왜 이렇게 희한한 형태를 하고 있을까요? 몇 년 전, 서울시는 한강에 5천 톤급 크루즈를 띄운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한강은 서울시민의 휴식 공간이자 온도 조절 등 여러 기능이 있지만 막상 우리 후손들에게 먹거리, 그러니까 진정한 젖줄이 되고 서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금의 단순 기능에서 벗어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본 거죠. 돈 많은 중국인을 포함해 외국인 관광객이 크루즈를 타고 서울에 쉽게 오게 한다면 성공적인 외화벌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런데 이 계획을 실행하는데 양화대교는 걸림돌이 됐습니다. '제2한강대교'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지난 1965년 한강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진 양화대교의 교각 폭이 5천 톤급 크루즈가 다니기엔 너무 좁았던 겁니다.
부가 설명을 하자면, 다리 건축 기술이 좋으면 좋을수록 교각과 교각 사이가 넓은데 양화대교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여러 가지 능력이 부족한 관계로 좁게 설계됐다고 합니다.
바로 옆에 있는 성산대교를 포함해 대부분의 한강 다리들의 교각 폭이 100미터가 넘는데 양화대교는 35미터에 불과하니 상대적으로 얼마나 좁은지 느껴지실 겁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크루즈를 다니게 하기 위해 서울시는 양화대교의 교각을 넓히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14만 4천 대의 차량이 지나다니는 다리를 갑자기 뜯어고칠 경우 전면 교통 통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상행선과 하행선을 나누어 하기로 했는데요, 먼저 북단에서 남단으로 가는 쪽의 한가운데를 잘라내 교각을 넓힌 뒤 새로 만든 아치를 얹기로 했습니다.
이 공사가 시작된 게 지난해 2월.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울시 의회를 차지하면서 공사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크루즈를 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외국인들의 이용률도 검증되지 않았는데 무리하게 한강을 개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사를 전면 중단시킨 겁니다.
급기야 올해 예산을 심사할 때는 공사를 하지 말라며 마무리 예산을 모두 깎아버렸는데요, 서울시 입장에서는 예산이 깎였으니 이미 잘라내버린 다리를 다시 붙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 자리 위에 들일 예정이었던 아치를 얹을 수도 없고 진퇴양난이 됐습니다.
한 쪽은 '돈을 못 준다', 한 쪽은 '돈 달라', 이렇게 끊이지 않는 공방이 계속되면서 벌써 양화대교는 공사 중단 7개월 째를 맞았습니다.
"세상에 가다가 꺾이는 다리가 있을까요?" 라는 어느 택시기사의 말처럼 기형적인 양화대교 위에서 아찔한 사고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다리 중간이 굽은 줄 모르고 냅다 달리던 승용차가 임시분리대를 들이 받고 붕 날아서 건너편 택시 등을 덮쳐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고, 이 글을 쓰기 불과 24시간 전에는 한 광역 버스가 분리대를 받고 미끄러지면서 양화대교를 가로막아 뒤따르던 수백 의 차량들이 오도 가도 못해 두 시간 동안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습니다.
또, 서울시를 믿고 계약했던 건설 업체도 갑작스런 중단이라는 사태가 생기면서 20곳에 달하는 하청 업제와 2백 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이는 등 부차적인 피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와 시의회, 두 고래의 싸움에 시민의 등이 터지고 있는데도 양화대교가 언제쯤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시의회는 다리를 기형적으로 남겨서라도 무분별한 토목 행정의 폐단을 알리겠다하고, 서울시는 앞으로 이렇게 진행되던 사업 중간에 삭감을 하면 어떤 정책도 할 수 없다며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양화대교에서 큰 참사라도 나면 서울시와 의회가 책임질 건가요?
벌써 제가 서울 시청을 출입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사실 서울시에 어떤 이슈가 있을 때마다 기사는 공정하게 쓰려고 노력하지만 마음으로는 '이건 서울시가 잘못했네', '저건 시의회가 너무했네' 하는 판단을 내릴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양화대교만큼은 둘 다 똑같이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공사 중단이 계속되면서 서울시는 시민들의 세금으로 각종 장비 임대료를 포함해 하루에 천 7백만 원씩 물고 있는데요, 다들 시민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서서 뽑히신 분들이니 제발 뭐가 진심으로 위하는 길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양화대교 사고나면 누가 책임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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