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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서 버스 '쾅'…아물지 않은 상처

대낮 도심서 '펑'…발목 절단 위기 중상자도<br>지나가는 버스에 "또 터지면 어쩌나" 두려움

8월9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서 운행 중이던 압축천연가스(CNG) 시내버스의 연료 용기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과 행인 등 2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폭발 지점 근처에 앉아 있던 이효정(28.여)씨는 두 발목이 거의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고, 도심을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굉음을 내며 폭발하는 광경을 지켜본 시민들은 그간 안전한 교통수단으로만 여겨졌던 CNG 버스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혔다.

관계 부처와 서울시 당국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지만, 4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부상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시민이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도 여전하다.

◇발목 절단 위기 면했지만 아직도 수술대기 = 발목이 절단될 위기에 처할 정도로 중상을 입었던 피해자 이효정씨는 현재 성동구 한양대의료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자신의 살을 떼어 혈관과 조직을 잇는 미세 재건수술을 2차례 거치면서 발목 피부는 거의 회복됐지만 아직 몇 차례 정형외과 수술이 더 남아있다.

이씨의 주치의인 성형외과 김정태 교수는 "뼈와 관절을 회복하는 3차 재건수술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며 "재건수술 전 재활 치료를 통해 다리와 몸의 근력을 충분히 키울 수 있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금 상태라면 앞으로 걸을 수 있다는 희망도 있다"며 "처음에는 발목 절단도 많이 고려했지만 (다시 걷고 싶다는) 환자와 보호자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고 전했다.

이씨의 상태가 많이 호전됐지만 병원에서 만난 이씨의 어머니는 "아직은 치료 상황에 대해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이달 초 장기 기능이 급격히 나빠져 잠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은 이후부터는 이씨가 외부와 접촉을 꺼린다고도 했다.

이씨 어머니는 "오늘은 오늘대로 내일은 내일대로 버틴다는 심정으로 다른 환자보다 더 힘들게 하루하루를 이겨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나선 당국 = 사고 발생 이후 원인 규명에 나선 경찰은 8월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한 합동 브리핑에서 "연료통 균열과 가스 밸브의 오작동 때문에 연료 용기가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용기 고정 부품과 볼트 때문에 장기간 충격이 가해지면서 용기를 둘러싼 복합재에 균열이 생긴 상황이었으나 사고 버스가 소속된 D여객은 관련 규정 및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형식적인 점검만 했을 뿐 연료통을 떼어내는 정밀점검은 한 번도 하지 않은 사실이 경찰 조사로 확인됐다.

큰 피해가 발생하고 나서야 관계 부처와 서울시는 CNG 버스 연료용기에 대한 실태 조사와 안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한 이후 서울시가 7천263대의 CNG 시내버스를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의 12.9%인 940대에서 문제가 발견된 것으로 최근 국정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서울시는 사고 버스와 동일 회사에서 제작돼 연료용기 설계방식이 같은 2005년 이전 제작 버스의 경우 조기 폐차와 연료용기 교체를 유도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회사의 2001년식 버스 150대와 2002년식 버스 58대는 폐차를 완료했고, 2003∼2005년식 버스 475대 모두 연료 용기를 교체했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지식경제부, 국토부로 이원화됐던 CNG 버스 안전관리 주체를 국토부로 일원화하고 탈착 정밀검사 등 정기적 연료용기 재검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사고 책임은 누가…보상문제도 미완 = 경찰은 수사 착수 후 4개월 넘게 지나도록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는커녕 누구를 입건해야 할지조차 정하지 못한 채 고심만 거듭하고 있다.

CNG 버스 연료 용기에 대한 정밀점검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라 특정 관계자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아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처벌 근거 조항이 부족해 현행법상으로 입건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를 계속 알아보고 있다"며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사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도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

보험회사에 따르면 치료와 보상이 완료된 15명이 현재까지 총 1억1천여만원을 지급받았으나, 치료가 안 끝난 5명은 아직 보상 문제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에 대한 사회적 공포도 여전해 '행당동 버스폭발' 사고는 시내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사고 버스에 타고 있다 다리에 유리 파편이 박히는 상처를 입었던 대학생 한모(23.여)씨의 어머니 정모(52)씨는 "딸이 지금도 버스를 전혀 못 탄다. 차를 타고 있다 옆차선에서 버스가 지나가면 자리를 옮겨 앉거나 버스를 가리키며 '저거 터지면 어떻게 해'라고 말할 정도"라며 안타까워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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