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기자로부터 관련 소식을 전해 듣고 처음에는 갸우뚱했습니다. "뽀뽀하자"라. "키스하자"도 아니고, 실제 '뽀뽀'를 한 것도 아니고 만취한 부장검사가 신임 여검사에게 '뽀뽀하자'고 말했다는 것이 기사화할 만한 문제일까?
부적절한 언행인 것은 분명하지만 보도가 되면 해당 검사는 매우 곤란한 처지를 당할텐데, 게다가 모르는 분도 아니고… 순간 상당한 고민이 됐습니다.
취재를 하는 과정에도 반발을 겪었습니다. 법무연수원측은 SBS의 사실 확인 요청에 대해 '피해를 입었다는 여검사가 문제를 삼지 않는데 왜 SBS가 나서느냐'며 강력히 항의를 하더군요. 말은 맞습니다.
성희롱 사건이 성립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피해자의 '느낌'입니다. 같은 말이나 행동이라도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면 성희롱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야한 농담'일 뿐입니다. 따라서 해당 여검사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삼고 나서지 않는 것'은 법정 용어로 가해자인 부장검사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정황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술자리에서 하늘 같은 선배 검사가 까마득한 후배 여검사에게 '우리 뽀뽀하자'라고 말했더라도 여검사가 문제를 삼지만 않는다면 정말 괜찮은 걸까? 하지만 아무리 곰곰히 따져봐도 '그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우선 이 '뽀뽀 요구' 사건이 검찰 내부에서 이미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시 그 부장검사의 언행이 크게 도리에 어긋나지 않았다면 그냥 술자리에서의 조그만 해프닝으로 끝났겠지요.
하지만 부장검사의 "뽀뽀하자"라는 말에 참석자들은 일순 당황했고 급기야 한 남성 검사가 나서서 "부장님, 저랑 뽀뽀하시죠"라며 겨우 무마했다는 사실은 부장검사의 언행이 매우 부적절했다는 방증입니다. 문제가 있으니까 그런 상황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오가고 급기야 법무부 감찰관실까지 사실 확인에 나선 것 아니겠습니까?
아울러 제가 그 여검사의 입장에서, 또는 그 가족으로서 이 문제를 생각해봤습니다. 이 사회의 정의를 세우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검사에 임관됐을 것입니다. '부정 부패'와 '부조리',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각오도 다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검사로 아직 채 자리 잡기도 전에 술자리에서 선배 검사로부터 "뽀뽀하자"라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놀라고, 당황스럽고, 또 수치스러웠을까요. '내가', 또는 '내 딸이 어떻게 했길래, 이런 태도를 보일까' 자책하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검찰 조직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계속 몸담아야 하나 고민스러울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분노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별 것 아닌 일로 조직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말썽을 부린다면 나만 손해볼 거야'라며 입을 다물 것입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조직내에서 성희롱 문제를 겪을 때에 그렇게 반응하고, 게다가 상명하복이 분명한 검찰 조직에서는 더 심할 수 있다고 생각됐습니다.
흔히 성희롱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앞서 말한 여러가지 이유들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 피해자가 입을 다물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속으로는 상처를 입으면서도 애써 내색하지 않고 그냥 넘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드러난 사건이 하나라면 그 전에 열번의 비슷한, 묻혀진 사건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부장검사와 여검사 사이의 성희롱도 논란이 불거져서 그렇지, 아마 비슷한 사례가 이미 수십 번 발생했다가 묻혀 지나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최근 검사는 아니지만 새로 검찰에 입사한 여성 수사관을 남성 고참 수사관이 교육을 시킨다는 핑계로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크게 문제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검찰 내부에 여성 종사자들이 많아지면서 이런 일은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됐습니다. 따라서 별일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당사자가 나서고 있지는 않지만, 보도를 해서 검찰에 미리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확신했습니다.
이번 보도의 자초지종을 거의 빠짐없이 말씀드렸는데요, 여러분들의 판단은 어떠신가요? 여러분들이 취재 기자였다면 어떻게 행동하셨을까요?
부장검사가 "뽀뽀하자", 문제 안 삼으면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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