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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점검] 연평 포격에서 드러난 우리 군의 구멍

<앵커>

한국 국방, 보수든 진보든 우려와 질책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장비도 의지도 허점투성이란 겁니다. 레이더와 자주포 같은 대응장비는 낮잠을 자고 군 교전규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늑장대응 속수무책입니다. 이래선 국민이 불안합니다.

이정은 기자입니다.



<기자>

순식간에 150발이나 퍼부어진 북한군의 1차 포격당시 우리군의 대포병 레이더는 먹통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적이 포를 쏘면 그 탄도를 추적해 발사지점을 알아내는 장비인 대포병 레이더.

탐지 유효거리는 10~15 킬로미터로 연평도에서 북한의 무도, 개머리 포진지까지 감시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1차로 150발을 다 쏠때까지 가동이 되지 않아 타격지점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김태영/국방장관 : 처음 것은 잡지 못했고, 2차 사격 때는 잡았습니다.]

[유승민/한나라당의원 : 1차는 전혀 못 잡고 2차는 잡았습니까?]

[김태영/국방장관 : 저는 그렇게 보고를 받았습니다.]

'적의 도발에 비례해 2배, 3배 대응 타격한다'는 교전규칙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1, 2차 포격 합쳐 170여 발이 연평도에 쏟아졌지만 우리군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80발만 응사했습니다.

대응포격도 북측의 첫 포격뒤 13분이나 지나서야 시작됐습니다.

[김태영/국방장관 : 적의 포탄사격이 끝난 다음에 포를 다시 준비해서 사격을 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적의 포격중에는 대응사격을 하지 않는게 원칙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민간인 희생자까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런 설명은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김종대/군사전문가 : 현정부의 서해위기관리 특징은 우리의 압도적 전력을 다 동원하겠다는 작전예교를 수립했습니다. 그대로 시행했다면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대응사격한 K-9 자주포의 숫자에 대해서도 군당국의 말바꾸기가 이어졌습니다.

포격당일엔 6문으로 발표하더니 다음날 국방장관은 자주포 2문이 고장나 4문으로만 대응사격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또 다음날 발표에선 자주포 3 문만 제대로 작동됐다고 밝혔습니다.

[신현돈/합동참모본부 작전기획부장 : 대응사격 가담하는데 최초 사격에는 3문이 가담했습니다.]

자주포 6문이 모두 작동됐더라도 방사포까지 동원한 북측의 집중 포격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란 지적입니다.

[신인균/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 내년도 예산에도 K-9 자주포를 연평도와 백령도에 추가배치할 계획이 없다는게 문제거든요.]

김태영 국방 장관은 뒤늦게 국회에서 "K-9 자주포를 증강하겠다"고 말해 사후약방문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연평도 포격이 처음 알려지자, 확전을 자제하라는 청와대의 첫 지시로 군이 초기대응을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여야 할 것 없이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홍사덕/한나라당 의원 : 확전하지 말고 상황을 관리하라고 한 (청와대와 정부의) 개XX들에게 한말씀하겠습니다. 처음부터 그런 대응하도록 주변에서 잘못 오도한 모든 참모들을 이참에 전부 청소해야 합니다.]

[박상천/민주당 의원 : 대통령께서 지시하시는 것이 명확해야 합니다. "확전은 안된다. 단호히 대응하라." 앞뒤가 모순되면 따를 수가 없어요.]

청와대는 회의도중 일부 참모의 발언이 언론에 잘못 전달됐을 뿐, 이 대통령은 '확전 자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불거진 논란은 결국 김태영 국방장관과 김병기 국방비서관의 전격 경질로 이어졌습니다.

포격당시, 대피를 비롯한 당국의 주민보호대책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했습니다.

실제상황이라는 군부대 방송이 몇차례 있었을 뿐 정작 면사무소의 대피방송은 2차 포격이 모두 끝난 3시 반 이후에야 나왔습니다.

[연평도 주민 : 사이렌같은게 차라리 울렸다면 긴급했을텐데 그게 아니고…]

[옹진군청 관계자 : 면사무소 뒤에 포탄이 떨어지는 바람에 방송할 겨를도 없이 면사무소 직원들도 대피를 했던 상황이고]

포격이 멈춘뒤에도 무대책은 이어졌습니다.

군과 해경은 서로에게 주민 보호의 책임을 떠넘길 뿐이었습니다.

[해경 : 연평도같은 경우엔 해병대 통제구역이에요. 저희는 보조적인 입장이고.]

[해병대 : 해병대는 배가 없어요. 해경이 배를 가지고 자기들이 통제하는 것이죠.]

포탄이 떨어지는 아비규환속에 우왕좌왕할 수 밖에 없던 주민들.

당국과 군부대마저 믿을수 없게 되면서 삶의 터전이던 섬을 떠난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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