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부양을 위해 2차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한 이후 사방에서 공격을 받아온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연준의 국채매입 계획을 양적완화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다며 달리 표현해줄 것을 주문했다.
버냉키 의장은 1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주최의 콘퍼런스에서 행한 연설에서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는 은행의 준비금에 변화를 줌으로써 시장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정책으로, 적어도 미국의 경우에는 비교적 효과가 미약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에 비해 채권매입을 통해 해당 채권의 수익률에 영향을 주는 것은 훨씬 더 광범위한 범위로 자산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 연준이 이달 3일 총 6천억달러 규모의 장기물 채권 매입을 단행키로 한 것을 양적완화로 부르지 말고 채권매입으로 불러줄 것을 요청했다.
본인 스스로도 오래전부터 양적완화라는 표현은 가급적 피하고 채권매입 또는 자산매입 등의 용어를 쓰고 있다.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1990년대 일본 중앙은행이 양적완화 정책을 폈다가 실패했던 사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여겨진다고 미 경제전문지 포춘이 19일 분석했다.
당시 일본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경기부양을 꾀했으나 유동성 공급의 타이밍을 놓친데다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유동성으로 대출에 나서지 않으로써 정책의 효과를 거두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버냉키는 2008년 금융위기 발발 후 단행된 연준의 1차 양적완화 조치에 대해서도 `신용완화(credit easing)'라고 표현하며 극구 양적완화라는 용어를 피해갔다.
1차 양적완화는 2009년초부터 올해초까지 연준이 총 1조7천500억달러 규모의 채권매입을 단행한 것을 지칭하는데, 연준의 1차 양적완화는 미국의 금융위기를 타개하고 경기침체를 종식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온 1차 양적완화와 달리 2차 양적완화 조치에 대해서는 시작부터 해외는 물론 미국 내부에서도 비판여론이 고조되자 버냉키 의장이 용어의 변화를 꾀하며 예봉을 피해가려 하고 있으나, 전세계 언론들과 금융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양적완화라는 용어가 보통명사로 자리잡은 상태여서 버냉키의 희망대로 용어 수정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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