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벨리댄서와의 성추문 및 권력남용, 매춘부와의 부적절한 접촉설 등 다채로운 스캔들에 휘말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의 정부가 마침내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동지였다가 이제는 정적이 돼버린 지안프랑코 피니 이탈리아 하원의장이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퇴와 새로운 중도우파 정부 구성 협상의 개시를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피니 의장은 지난 2008년 총선에서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함께 설립한 자유국민당을 이끌고 승리를 거뒀으나, 지난 7월 결별한 후 35명의 소속 의원들을 이끌고 '미래와 자유' 그룹을 결성했다.
피니 의장은 일요일인 지난 7일 지지자 집회에서 "이런 식으로 갈 수는 없다. 한 장(章)이 끝나가고 있다"며 국익을 위해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니 의장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와의 타협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이탈리아 남부 지역에 대한 지원, 고용 증진, 선거법 개정 등의 조건을 총리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미래와 자유' 그룹 소속 장관과 부장관, 차관들을 모두 철수시킬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탈리아 정치에 정통한 관측통들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당장 사임할 가능성은 낮지만, 피니 의장의 움직임이 결국은 내각 퇴진과 조기 총선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오반니 오르시나 로마 루이스(LUISS) 대학 정치학 교수는 "현 시점에서 위기는 자명하다"며 "현 정부가 유지될 날은 얼마 안 남았다"고 말했다.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사설에서 미디어 재벌 출신인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1990년대 혜성처럼 정계에 등장한 점을 거론하면서 "15년 넘게 지속돼온 이탈리아 정치사의 한 장이 이제 극적으로 끝나가고 있다"며 "사태는 되돌릴 수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정치 구조상 총리가 사퇴한다고 해서 즉각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사퇴한 후 새 총리가 연정을 재구성해서 정부를 이끌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경우 경제회복과 재정위기 해소가 시급한 이탈리아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선 현 정부가 이미 스캔들로 정부가 흔들릴대로 흔들렸고 리더십이 취약해진 만큼 조기 총선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마 존 카보트 대학 프랑코 파본첼로(정치학) 교수는 "결국 정부가 위기를 맞을 것이고, 남은 것은 어떻게 끝나는지 지켜보는 일 뿐"이라며 "새로운 베를루스코니 정부가 만들어지거나 조기 총선을 치르는 가능성이 있지만, 어쨌든 현 정부가 임기인 2013년까지 지속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니 의장 측 세력이 정부에서 철수할 시기가 언제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결국 시간문제라는 데는 일치된 전망을 보이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 측은 피니 의장 측과 새로운 협정을 맺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베를루스코니 충성파 의원들은 피니 의장의 반란이 너무 지나쳤다며 조기 총선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의 자유국민당 다니엘레 카페초네 대변인은 "만약 피니 의장이 정치위기를 원한다면 의회에서 정부에 반대표를 던질 용기가 있어야 한다"며 "사임할 사람이 있다면 바로 피니 의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피니 의장은 총선을 실시하는 상황을 원치 않지만, 총선이 두렵지도 않다고 말했다.
(제네바=연합뉴스)
성추문 베를루스코니 정부 붕괴 위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