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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클릭] 안보고도 작품을…시각장애인이 작가?

<앵커>

'장님 코끼리 만지기'는 더 이상 조롱 담긴 말이 아닙니다. 비장애인이 못보고 흘려보낸 것도 시각장애인들은 마음의 눈으로 살필 수 있습니다. 시각 장애인들이 만지고 느낀 코끼리의 모습은 대단히 창조적이며 세밀합니다.

화제클릭 이병태 기자입니다.

 



<기자>

종로구 화동 카페골목.

담벼락에 붙은 특별전 포스터가 눈길을 끕니다.

타이틀부터 심상치않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전.

아담한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은 20여 점.

모두 코끼리 조형물입니다.

그런데 관람객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작가들 모두 앞을 볼 수 없는 장애인이기 때문입니다.

[김태욱/서울 쌍문동 : 보지 않고 저것을 만들었다는 거예요? 볼 수 없는 사람이 저렇게 만들 수가 있어요?]

[신혜리/인덕원중 1학년 : 놀라워요. 시각 장애인들이 만들었다는 게 안 믿겨져요.]

[임수진/서울 상도동 : 새로운 것 같아요. 저희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더 잘 표현한 것 같아서.]

시각장애인들이 만든 것이라고는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 작품들.

대부분 긴 코와 두툼한 다리까지 코끼리의 특징을 사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거친 느낌의 코를 과장한 것부터 천으로 부드러움을 극대화한 퀼트까지 작품마다 작가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특별전에 참가한 작가들은 모두 초중고 학생들.

[김선도/인천 혜광학교 중3 : 도구를 이용해서 그걸(코끼리 코) 표현했는데 까칠까칠하게 이렇게 파는 거 있잖아요. 파서 만지면 까칠까칠하도록 느낌상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이들 작품의 예술성은 전문가도 인정할 정도입니다.

[이동일/서강대학교 아트앤테크놀로지 교수 : 표현은 상대적인 게 아니거든요. 창조성은 절대적인 거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런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 바로 살아 움직이는 것, 표현의 자유분방함, 두려움 없는 것]

보통 갤러리에서 작품을 만지는 건 상상도 못할 일.

하지만 여기서는 모든 작품을 맘껏 만질 수 있습니다.

조형물에 담긴 작가의 손길과 의도를 제대로 느끼고 감상하려면 만져보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김태욱/서울 쌍문동 : 코도 이렇게 디테일이 살아 있잖아요. 촉감 같은 것도.]

비장애인들에게 신선한 감동과 충격을 던져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전'은 고정관념과 편견에 대한 도전에서 비롯됐습니다. 

[엄정순/화가,'우리들의눈' 갤러리대표 : (우화처럼) '시각장애인들이 코끼리를 만지고 엉
뚱한 소리를 할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그럼 애들 한 번 데려 가보자.]

우여곡절 끝에 엄대표는 인천혜광학교 초·중·고 학생들과 함께 진짜 코끼리를 만져보러 갔습니다.

난생 처음 만져보는 살아있는 코끼리.

아이들은 시각이 아닌 촉각으로 코끼리의 형상을 기억했습니다.

그 생생한 기억은 그들의 손끝을 통해 고스란히 작품으로 태어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시각장애인에게 미술교육을 시작한 건 15년 전.

조형 뿐 아니라 회화까지 다 도전했습니다.

반신 반의했던 맹학교의 미술시간은 이제 아이들에게 가장 신나는 시간이 됐습니다. 

[김정완/한빛맹학교 초5 : 재미있어요. 정말 재미있어요.]

[최범서/한빛맹학교 초5 : 평소에 미술시간 좋아해요.]

교육효과는 예상보다 훨씬 컸습니다. 

[강신자/한빛맹학교 미술강사 : 거의 1시간 50분을 집중해서 할 수 있다는 건 아마 다른 과목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죠. 그런데 이게 미술 시간에만 끝나는 게 아니라 집중력이라든지 이런 흥미 유발하는 여러 가지 효과가 전과목을 통해서 나타난다는 거죠.]

아직 초보단계이긴 하지만 시각장애인 미술작품에 대해 시장은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최재훈/'우리들의 눈' 갤러리 큐레이터 : (관람객들은 작품이) 정말 좋아서 샀다. 이게 내 마음을 움직여서 샀다. 시각 장애인이 만들어서 대단하다 그래서가 아니라 그냥 일반인
작가로 생각 했을 때 작품 자체가 괜찮다. 그래서 샀다(고 합니다)]

한손을 과장해서 표현한 작품 '보이지 않는 힘'.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작품은 대량 제작할 정도로 인기리에 팔리고 있습니다.

편견의 벽을 허물고 빛을 발하기 시작한 시각장애인 미술.

하지만 재능있는 시각장애인들에게 현실의 벽은 아직도 높기만 합니다.

[엄정순/화가,'우리들의눈' 갤러리대표 : 미술대학을 가고 싶은 시각장애인들이 있다면 그
들에게도 우리와 동등한 기회를 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와) 사회 인식의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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