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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딸 특혜'…그리고 '고시생'의 서글픈 분노

"죽도록 아둥바둥해도 될까 말까 한..인생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고요."

보도국 선배의 자랑스러운 특종으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이 특혜를 받고 채용됐다는 사실이 행안부의 감사로 확인된 날, 고시생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찾은 신림동에서 제가 가장 먼저 들은 말입니다.

'인생을 건다'는 말의 무게가 제 마음을 조여왔습니다. 

누구나 이번 사건을 보고 분통을 터트렸겠지만 당사자인 고시생들의 분노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고, 뜨거웠습니다.

"4년에서 5년간 죽도록 해도 될까 말까 한데, 그분은 특채로 그냥 한 방에 뒷구멍으로 들어가시니까..고시생 입장에서 불만이 정말 하늘같이 높죠." (외시 수험생)

"최근 공정한 사회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데, 특히 고위 공직자들이나 사회 지도층에서 너무나 공정하지 않은 방식들로 부든 권력이든 그런 것들을 세습해 왔다는 것에 굉장한 박탈감을 느낍니다."(사시 수험생)

" 대단하지는 않아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특정한 사람만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사건을 통해서... 고시가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했는데, '아, 이 길(고시)만 있는 것은 아니었구나...' 그리고 '그 길(특혜 채용)은 내가 갈 수 없는 길이었구나'..."(행시 수험생)

젊디 젊은 날을 투자해 조금 나은 미래를 꿈꿨던 고시생들에게서는 분노를 넘어선 좌절과 상실감마저 느껴졌습니다.

"안되는 거였구나, 노력한다고 해도 이미 출발선이 너무나 달랐고... 그동안 내가 그냥 부족하고 노력이 부족해서 잘 안됐던 거겠지..하고 있던 그런 마음이 이제는 '원래 안되는 거였구나, 내가 할 수 없었던 것이었구나' 하는 회의같은 것들..."(사시 수험생)

"이게 무슨 귀족제도 아니고, 세습제도 아니고. 왜 이렇게 음서 제도의 논란이 일고 있는 특채 제도를 도입하려 할까. 한편으로는 '터질것이 터졌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반면에 '아, 정말이었구나...'하는 생각에 굉장히 상실감 같은 것들을 많이 느꼈어요."(외시 수험생)

물론 제가 만난 모든 국가고시 수험생들이 고시제도가 유지되기를 바라고, 개방형 채용제도나 로스쿨 같은 변화된 제도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점수만으로 당락을 가르고, 어떤 분야에 딱 들어맞는 인재를 뽑기보다 어디 놓아도 큰 무리는 없을 법한 인재를 뽑는 지금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 쯤은 수험생들도 모두 공감하고 있다는게 느껴졌으니까요.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고시제도의 변경 필요성이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어요. 다만 추진 과정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몰아 붙여서 기존 고시생들은 신뢰성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신뢰에 대한 보호 없이 추진 하는 것에거 문제가 생기는 거니까 어떤 방식으로 바꿔나갈 것인지에 대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지 않을까."(행시 수험생)

전문가들의 의견도 고시생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속도 규모 절차 이런 방식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고시를 폐지한다기 보다 어떻게 하면 공정성이나 객관성, 투명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채용을 설계할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는 겁니다. 

우리가 샤워하다가 물이 너무 뜨겁다고 해서 갑자기 꼭지를 잠그면 차가운 물이 나오는데 그런 건 피해야 하는 거죠. 채용 과정에서 투명하고 공개성이 높아야 하고 기준에 대한 객관성과 고도의 정치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 특히 전문성을 평가하고, 역량을 평가하고, 공무원의 자질을 판단하는 것은 다분히 주관적인 기준이 개입될 소지가 높기 때문에 주관적 기준에 의한 판단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해요. 지금의 방식을 완전히 뜯어고치기보다 지금의 방식을 개선하는 것을 병행하는게 중요한 거죠. 

예를 들면 시험과 면접, 역량평가를 적절히 조화시키고, 전문성 판단 기준이나 근거를 정확히 알리고, 절차에 대해서도 몇 명을 언제 어떻게 뽑는다는 사회적인 합의가 있어야 하고 그리고 충분히 공지된 이후에 채용에 들어가는게 좋지 않을까."(연세대학교 행정학과 문명재 교수)

이번 특혜 채용 파문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투명'해지고, '깨끗'해지는 아픈 주사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화나고 답답한 마음에 모든 의욕이 없어졌다고 호소하셨던 수험생분들도 빨리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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