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6자 회담에 적극 나서는 것을 카드로 삼아 중국 측으로부터 '후계·핵·경제'에 관한 포괄적 지원을 확보하려 한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그러나 북한 측이 태도를 바꾼다 해서 천안함 사건 같은 장애물을 그대로 둔 채 6자 회담이 조기에 재개되기는 어렵다는 관측과 함께, 중국의 대북 지원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반사적으로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지나치게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배종렬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위원 = 김정일 위원장이 왜 3개월여만에 다시 중국에 갔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북한으로서는 오래 전에 남한의 쌀.비료 지원이 끊겨, 식량과 생필품 지원이 절실하지만 중국이 천안함 정국에서 쉽게 결단을 못 내리니까 김 위원장이 움직인 것 같다. 중국이 최근 수해를 계기로 북한을 도울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명분이 약하다. 그래서 중국이 도와주는 대가로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는 수순을 밟는 것 같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북핵ㆍ개혁개방ㆍ후계 문제가 북한의 체제보장 차원에서 한 묶음으로 논의됐을 것이다. 후계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 간에 더 깊은 공감대가 이뤄졌을 것이고, 개혁개방에 관해서는 북한의 체제 전환보다 중국 동북3성의 해외진출 거점이 될 북한 라선 특별시와 청진 등에서 북중 경협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중국의 경제지원은 6자회담 재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중국의 입김이 더 강해져 우리에게 곤란한 상황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남북 경협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동북아 안정을 중시하는 중국은 지난 5월에 이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한국의 의중까지 은근히 실어 다시는 천안함 사건 같은 도발을 하지 말 것을 요청했을 것이다. 북한도 체제 안정을 위해 중국의 적극적 경제 지원을 요청하는 동시에 후계자 김정은에 대한 중국의 지지도 이끌어 내려 했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확보하고, 북한은 한.미.일 3국과의 대결구도에서 돈독한 대중 관계를 과시하는 실리를 챙겼을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조속한 재개를 희망했다는 6자회담은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골이 너무 깊어 올해 안에 다시 열리기 힘들 것 같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김 위원장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희망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 입장에서 6자회담의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낼 불씨를 살려낸 셈이다. 물론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에는 중국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됐을 수 있다. 북한은 경제협력과 후계구도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고,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약속받는 식의 `바터'가 이뤄진 것 같다.
현재 북중과 한.미.일이 대결구도에 있는 것 같지만 중장기적으로는 6자회담 재개나 한반도 비핵화에서 중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방중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비핵화 논의 진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일 방중' 6자회담 vs 포괄적지원 '주고받기'
전문가들 "6자 조기 재개 난망", "북, 대중 의존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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