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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폭발은 '수박 겉핥기 점검'이 부른 '인재'

연료통 균열 우려에도 정밀점검 규정은 미비

이달 9일 서울 도심에서 18명의 중·경상자를 낸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폭발사고는 연료통 균열과 가스 밸브의 오작동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버스를 장기간 운행하면 연료통이 손상될 개연성이 매우 높은데도 규정 미비로 정밀점검을 한 번도 하지 않아 폭발을 미리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전형적인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료통을 주기적으로 정밀 검사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연료통이 고정장치 부실로 지속적으로 훼손됐음에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가 대형 참사를 맞았다는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보면 일단 이번 사고의 외형적 원인은 연료통 균열이다.

연료통을 차체에 고정하는 장치가 헐거워지면서 버스 운행 과정에서 용기가 흔들린 탓에 이 장치에 달린 볼트가 연료통에 지속적인 충격을 가해 균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연료통의 안전이 심각하게 나빠졌음에도 사고 버스가 소속된 D여객과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검사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D여객이 주 2회 자체점검을 하고 검사소가 연 2회 정기점검을 했음에도 연료통 균열 현상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올해 4월에 있었던 정기 점검에서도 이 버스는 적합 판정을 받았다.

버스 폭발이 임박했음에도 수박 겉핥기식 점검 탓에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었던 셈이다.

회사 측은 연료통을 버스에서 완전히 분리해 정밀검사나 비파괴 검사를 하도록 하는 규정이나 제도가 없어, 이러한 검사가 점검 항목에서 빠졌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모든 자동차의 연료장치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하면서도 CNG버스의 연료 용기는 어떤 항목을 점검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D여객은 이 규정을 근거로 육안 검사·간이 탐지기를 통한 가스 누출 여부 검사·비눗물 검사 등만 했다. 연료통을 감싸는 복합재에 균열이 발생했는지는 이러한 검사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자동차관리법의 해당 규정은 외국과 견줘보면 후진국 수준이다.

대다수 국가는 연료통을 주기적으로 차체에서 떼어내 각종 정밀검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브라질·아르헨티나 등에서는 5년에 한 번씩 연료통을 분리해 내시경 검사·연료통 외부 검사·유압 검사 등을 하고 있으며, 프랑스·이탈리아는 4년 주기로 용기 재검사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달에야 비로소 지식경제부 입법예고를 통해 교통안전공단이 압축천연가스(CNG) 자동차용 용기를 재검사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이번 사건의 수사를 맡은 경찰은 "연료통 고정장치가 헐거워져 볼트와의 마찰이 일어나는 것은 장기간 운행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에 가깝다. 그런데도 주기적인 탈착 검사가 없었던 것은 큰 문제다"고 꼬집었다.

용기와 고정대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하는 고무 패킹을 주기적으로 교체하기만 했어도 통상 15년인 연료통 사용 연한을 사고 없이 채울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이번 사고는 당국의 규정 미비와 버스회사 및 자동차검사소의 허술한 점검이 빚은 참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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