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토탈이 휘발유와 항공유 등을 본격 생산하면서 기세 좋게 에너지 사업 진출을 선언한 데 대해 정유업계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는 삼성토탈이 항공유, 휘발유를 생산하는 만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상 '석유정제업'(이하 정제업)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삼성토탈은 이를 거부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토탈은 지난달 항공유 3만t을 싱가포르에 수출했고, 최근 휘발유 5천t을 생산, 호주 등에 수출했다.
원유를 정제하는 기존 정유사와 달리 삼성토탈은 나프타를 분해하면서 나온 부산물을 가공해 석유제품을 생산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만들었다.
정유업계는 삼성토탈이 엄연히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정제업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삼성토탈은 나프타를 분해하는 석유화학 제품 생산과정에서 부산물을 이용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정제업은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토탈은 현재 지식경제부에 석유수출입업과 부산물판매업자로 등록돼 있다.
현행법상 정제업은 원유나 석유제품을 정제해 '부산물인 석유제품'을 제외한 다른 석유제품을 만드는 것인데 석유제품엔 나프타도 포함된다.
삼성토탈은 자신이 만드는 휘발유 등이 '부산물인 석유제품'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석유제품 외의 물품을 제조하는 공정에서 부산물로 생기는 석유제품을 뜻한다. 즉 삼성토탈에서 나프타 분해 공정의 주 목적은 휘발유나 항공유 제조가 아니라 석유화학용이라는 것이다.
삼성토탈이 정제업자로 등록하면 석유사업법에 따라 지금보다 석유 비축시설을 더 늘려야 하는 데 이 부담을 피하려고 석유정제업자 등록을 꺼린다는 게 정유업계의 주장이다.
석유사업법에 따르면 정제업자는 내수판매 계획량의 60일분과 생산계획량의 45일분 중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는 비축 저장시설을 갖춰야 한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삼성토탈이 현행법상 정제업의 조건인 탈황ㆍ개질시설을 보유했고 제조 과정은 다르지만 최종 생산물이 석유제품이어서 명백히 정제업"이라며 "삼성토탈 유석렬 사장도 에너지사업을 확장하겠다고 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석유수출입업자는 내수판매 계획량의 45일분과 7천500㎘ 중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는 비축 저장시설이 있어야 하는 데 삼성토탈은 내수판매가 없어서 석유수출입업자로 등록하는 게 유리하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향후 생산을 늘리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생산량이 미미해 정제업자로 등록해도 현재 비축시설만으로도 법정 의무량을 충족한다"고 반박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삼성토탈이 지금은 수출만한다고 하지만 향후 내수로 진출할 경우 원료에 부과되는 세금문제 등을 고려하면 불공정 경쟁이 된다"며 "삼성토탈과 같은 예외를 인정해 주면 정유시장 질서가 교란된다"고 주장했다.
정유 4사와 삼성토탈 임원과 관할 부처인 지경부 관계자가 최근 모여 이런 갈등을 논의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업계 안팎에선 그러나 이런 시비는 표면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정유업계는 삼성토탈의 석유제품 생산량이 적지만 가뜩이나 석유수출 시장이 어려워지는 마당에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갖춘 경쟁자가 생기는 것이 그리 달가울 게 없는 만큼 초장부터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계열사가 50% 지분을 보유한 삼성토탈 역시 석유제품 사업이 크지 않은데 마치 "삼성그룹이 석유정제업에 진출했다"는 식으로 주목받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회사가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의미있는 성과에도 '조심스런 입장(low-key)'를 유지하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지경부 관계자는 "삼성토탈이 새로운 방법으로 석유제품을 생산한 만큼 정제업자 등록여부를 지금 판단하긴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삼성토탈의 석유제품 수출도 썩 개운하진 않다는 게 정유업계의 지적이다.
삼성토탈은 석유수출입업 등록을 하면서 수출입 유종을 나프타와 액화석유가스(LPG)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 등록증대로라면 삼성토탈은 항공유나 휘발유를 '무자격'으로 제조해 수출한 셈이 된다.
지경부 측은 "수입유종은 등록한 유종으로 제한되지만 수출유종은 그렇지 않다는 게 지금까지 관례"라며 "지난주 수출유종에 항공유 등을 추가해 등록을 변경하라는 권장 공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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