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성폭행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성폭력 범죄가 미디어에 등장하고 있고, 많은 국민들이 이에 대해 공분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동에 대한 성폭력 범죄는 그 심각성과 더불어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 언론이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다루고 있는지, 혹은 언론의 보도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한 번 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들어 많은 국민들이 우리 사회의 성폭력에 대해 심각한 우려감을 갖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7월 26일 SBS 뉴스는 성폭행 범죄에 대해서 두 가지 소식을 전했습니다. 먼저 다룬 내용은 한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후 살해된 소식을 전하는 뉴스였습니다. 그런데 SBS뉴스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모습을 영상으로 전해서, 마치 노출이 성폭력 범죄를 부른다는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이런 시각은 자칫 피해 여성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유교적 사고가 여전한 우리 사회의 경우에 피해자에게도 일부분의 도의적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정서는 매우 우려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물건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아서 절도를 당하고, 노출이 지나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식의 사고는 법치주의는 물론이거니와 인간의 자유의지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시각입니다.
한편 다음 보도에서는 아동 성범죄자 명단 공개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이처럼 흉악한 성범죄 보도 이후에 성범죄자의 처벌에 대해 다루는 것은 사안을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습니다. 뉴스가 비록 객관적 사실을 전달한다고 하지만, 성범죄자의 잔혹함을 다룬 바로 다음 뉴스에 성범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는 것은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사안에 대해 여전히 인권 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폭력 범죄의 잔혹함을 다룬 보도 다음에 바로 이러한 사안을 다루게 되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정서적으로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강력한 처벌 쪽으로 의견이 기울게 되는 '쏠림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성폭력과 관련된 보도들은 위험한 사회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친 불안감을 조성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조두순 사건 이후로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실제 아동 성범죄의 경우에 과반수 이상의 가해자가 지인임을 감안한다면, 성범죄에 대한 피상적 사건보도 보다는 우리 사회의 성의식에 대해 심층적으로 접근하는 보도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국민들은 언론이 보도하는 내용에 대해서 깊은 신뢰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비록 최근 들어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다소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타의정치 분야나 경제 분야에 비해 신뢰도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이따금 홍보성 기사를 전달함으로써 그 신뢰성을 잃기도 합니다.
지난 27일 SBS 뉴스는 SKT와 KT가 '무한경쟁'을 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 뉴스에 사용된 영상들의 경우 해당 업체들의 홍보 행사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기사 내용 역시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통신업체들의 마케팅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기사는 지난 7월15일 집중보도에서도 나타났습니다. 당시 보도는 '집중취재'라는 심층보도의 형식을 띠고 있었지만,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을 홍보하는 성격이 짙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보도들은 어떤 측면에서 지난 7월 17일의 보도와는 매우 상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7일 SBS가 입수한 보도내용에 따르면, SKT와 KT 등 통신업체가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하는 금액이 막대하고, 그 가운데 우리 국민이 GDP 대비 통신비 지출이 OCED 가입국 가운데 최고 수준에 달할 정도로 많은 통신요금을 부담하고 있음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즉 우리 통신업체들의 과도한 경쟁이 실질적으로는 고객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고객의 통신요금 부담을 전제로 한 자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했던 27일 보도에서는 '우리나라가 무선 인터넷 분야에서도 'IT 강국'에 걸맞은 위상을 되찾게 될 지 주목됩니다'라고 기사를 맺음으로써, 마치 통신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국가의 위상이나 국민적 자긍심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인식하게끔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통신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약진하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국내 이용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은 사회 현상을 전하는 데 있어서 시청자들의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신뢰도를 이용하여 홍보를 하는 것이 광고보다도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언론은 이러난 산업 관련 보도에 있어서 보다 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자세를 지녀야 합니다. SBS 뉴스의 비판적 기능이 더욱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뉴스비평] 성폭력 범죄 뉴스에 대한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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