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중자금이 가장 급격히 쏠리고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증권사의 맞춤형 자산관리상품, 이른바 랩 어카운트입니다.
그동안 랩은 최소 가입금액이 1억 원 이상으로 고액자산가를 위한 상품이었는데 증권사들이 가입 경쟁을 벌이면서 가입 한도를 최소 5백만원까지 낮추고 광고도 많이 해 돈도 몰리고 가입자 역시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랩 어카운트는 크게 증권사가 독자적으로 운용하는 일임형 랩과 투자자문사들이 어떤 종목을 살 것인지를 추천해 주는 자문형 랩이 있는데요. 돈을 맡기면 알아서 굴려주고 수익률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랩 어카운트에 올 상반기에 몰린 돈만 1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5월말 기준으로 벌써 잔고가 28조 원을 육박하고 있는데 급증 추세를 감안하면 지금쯤 30조를 넘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오는 11월부터는 은행들까지 랩 상품을 판매하기때문에 과거 펀드 열풍 못지않게 규모가 늘 수 있는데요. 문제는 랩 운용자들이 몰려든 자금으로 몇몇 종목만 집중 매수하면서 수익률을 사실상 끌어올려 증시에서는 해당 종목들에 대해 '7공주'니 '4대천왕'이니 하는 말까지 나오고 있고, 가입자들은 특정시점의 높은 수익률만 믿고 '묻지마 투자'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주체할 수 없이 돈이 몰려서 주가를 끌어올릴 땐 좋지만 이런 투자 방식은 주가가 떨어질 때 그만큼 투자자 피해를 키울 수 있는데요. 이런데도 랩 상품에는 투자자 보호장치가 거의 없습니다.
랩 어카운트는 종목당 편입 비율을 최대 10%로 제한하는 일반 펀드와 달리 자금 전액을 한 종목이나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서 하락 장에서는 수익률이 급락할 수 있고 투자 위험분산도 안 됩니다. 반면 수수료는 펀드보다 2배 가까이 비싸고 성공보수도 줘야하는데요.
랩 운용자들은 하락장이 되면 주식을 다 팔고 현금으로 들고 있으면 된다고 말하지만 이런 주장은 그동안의 금융역사는 잘 나갈 때의 게임의 룰에 빠진 운용자가 그러기 쉽지 않다는 것으로 보여주고 있고 이런 역사의 과정을 거쳐 펀드 운용에 대한 각종 규제가 탄생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랩 상품에 대한 투자가 이렇게 과열 양상을 빚자 금융당국도 랩 상품의 최근 3년간 거래 내역을 수집하는 등 집중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역사적으로 '묻지마 투자' 양상이 나타나면 대부분 끝이 좋지 않습니다. 가깝게는 지난 2007년 중국펀드와 인사이트 펀드 열풍 뒤 묻지마 뒷북 투자를 한 분들이 아직까지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7공주'와 '4대천왕', 그리고 묻지마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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