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 남서부의 긴 나라 칠레. 칠레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축구도 잘하는 나라지만 칠레 하면 칠레산 삼겹살, 칠레산 홍어, 칠레산 포도 등등 맛있는 농수산물이 떠오릅니다. 칠레산 와인도 빠질 수 없고요. 이게 다 FTA 효과라고 생각됩니다. 한국과 칠레간 FTA는 지난 2004년부터 발효되기 시작했습니다. FTA가 발효되면서 당초 12.5%였던 국가간 관세는 매년 2.5% 포인트씩 낮아지면서 지난해부터는 아예 관세가 사라졌습니다. 무관세 2년차인 요즘 우리 소비자들은 당초 FTA 취지에 걸맞게 값싸고, 질좋은 칠레 농수산물을 저렴하게 즐기고 있을까요?
한-칠레 FTA 발효 이후 양국의 교역량은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FTA 발효 전인 지난 2003년에 15억 7천 5백만 달러였던 교역량은 지난해 71억 5천 8백만 달러로 5년만에 4.5배 증가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칠레산 와인의 수입 규모는 더욱 커졌습니다. FTA 발효 전 칠레산 와인 수입량은 연 평균 580톤 수준이었는데, 발효 이후는 연 평균 4천 7백톤 수준으로 무려 8배나 증가했습니다. 이런 빠른 증가세를 타고 칠레산 와인은 와인 종주국 프랑스를 제치면서 우리나라 제1 와인으로 등극했습니다.
칠레산 와인도 당연히 한-칠레 FTA 수혜 품목 가운데 하나입니다. 12.5%나 차지하던 관세가 아예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관세가 사라졌다면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가격도 그만큼 떨어져야 할텐데요. 가격이 그만큼 저렴해졌을까요?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몬테스 알파(카베르네 소비뇽 기준)는 수입할 당시부터 최근까지 1병당 3만 8천원이었는데, 지난해 3월 4만 7천원으로 인상됐고, 1865(역시 카베르네 소비뇽 기준)도 최근 3~4년 동안 병당 5만 8천 원인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칠레산 와인으로 한국으로 독점 수입하는 업체들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지난 2008년 칠레 현지의 대부분의 와인 생산자들이 수출 가격을 인상했고, 때마침 2008년 말부터 달러화가 강세를 띠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겁니다. 또 와인 1병에는 관세 뿐 아니라 주세와 교육세 등 여러가지 세금이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관세 인하라는 하나의 변수만으로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경제 전문가들도 몇몇 와인 수입업체들이 관세가 사라지는 충분한 가격 인하 요인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칠레산 와인처럼 국내에 마땅한 경쟁 제품이 없는 사실상의 독점적 지위를 가진 제품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FTA가 체결된 미국과 EU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되면, 현재의 칠레산 와인 가격은 빠르게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몬테스 알파>나 <1865>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가격은 저렴한 와인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경쟁이 심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의 FTA가 발효될 때까지 정부가 마냥 손을 놓고 있는다는 건 말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당초 두 나라간 FTA를 체결할 때의 취지는 무역 장벽을 낮춰 양국 국민들, 그러니까 최종 소비자가 이득을 보도록 하자는 거였으니까요. 본격적인 FTA 시대를 앞두고 정부는 주요 품목에 대해서라도 가격 모니터링제를 실시해서, FTA로 인한 혜택이 몇몇 유통업체가 아닌 최종 소비자들에게까지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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