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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서 생명산업으로 제1탄

금보다 비싼 종자

씨앗이 금보다 비싸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우리가 즐겨먹는 채소, 과일, 곡류와 꽃, 나무 등 식물에는 생명을 잉태하는 씨앗이 있습니다.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에도 씨앗에 해당하는 정자와 난자가 있기 마련이죠.  지금까지 우리는 이 씨앗의 중요성에 대해 별로 깨닫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탐스럽게 열린 파프리카 씨앗이 100% 수입산이라는 사실과 이 씨앗 가격이 금값보다 비싸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기자가 충남 예산의 한 농장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파프리카 열매 1kg에 출하가격이 4천원 정도했습니다.  반면 씨앗가격은 kg에 1억5천만 원으로 현재 금값보다 서너배 높았습니다. 토마토 종자도 좋은 것은 그램당 10만원이 넘는데 대부분 일본이나 네덜란드 등 수입산입니다. 

국내 종자시장 규모는 5천8백억원 수준으로 세계 시장의 1%에 불과합니다. 시장 규모 자체도 적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IMF이후 거대 외국 종자회사들이 국내 업체를 인수하면서 종자 산업 기반이 무너졌습니다. 국내 시장의 3분의2가량을 몬산토와 신젠타, 다끼이 등 외국 업체가 점유하고 있습니다.  한국 종자시장의 잠재력을 알아본 외국 업체가 알짜 기업을 인수한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종자 유전자원 수만 놓고 보면 세계 6위권이기 때문에 외국 기업들이 호시탐탐 국내 기업을 노렸을 것이 분명합니다. 아무튼 종자주권을 빼앗긴 지금 국내 토종 종자업체 수는 8백여 개로 많아 보이지만 대부분 영세한 까닭에 국내 1위 업체도 매출액이 연간 3백만 달러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매출 규모가 5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몬산토에 비하면 1600분의 1 수준입니다.  이러다보니 지난해 종자 수입에 들어간 돈만 6천2백만 달러로 수출액의 3배에 달했습니다.

종자 산업은 6차 생명산업…정부 차원 육성 시급

생명의 원천인 종자 산업이 중요한 이유는 바이오 기술과 접목되면서 고부가가치 생명산업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토종 앉은뱅이 밀이 미국의 노먼보록 박사에 의해 개량되면서 1940-50년대 세계 식량 생산의 30%를 늘렸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토종 수수꽃다리가 미국으로 건너가 ‘미스킴라일락’으로 개량돼 로열티를 주고 역수입된다는 사실을 아는 분도 많지 않을 겁니다.  거대 외국 종자 업체는 종자의 유전자를 개량해 비싼 값에 팔고 있습니다. 파프리카나 토마토 열매에 들어 있는 씨앗이 심어도 과실이 맺히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번 심으면 다시 나지 않는 유전자 조작 씨앗을 생산함으로써 해마다 씨앗을 사게끔 하는 겁니다. 

제가 인터뷰한 많은 분들이 이미 국내 종자 산업을 살리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뼈아픈 말들을 남겼습니다. 이미 다국적 기업들은 향후 10년 동안 어떤 종자를 생산할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이 마련돼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합니다. 

우리의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 없습니다.  정부 지원도 없을뿐더러 대기업들도 10년 이상 투자해야 결실을 보는 종사산업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그나마 생명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고사 직전인 국내 종자산업을 키우고자 하는 것은 다행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산업자본주의 시대에서 금융자본주의 시대로 넘어왔고, 최근에는 생명산업 시대로 다시 헤게모니가 넘어가고 있다.  이제는 얼마나 많은 종자를 보유하고 있는 가가 은행이나 금고에 얼마나 많은 돈과 금을 보유하고 있는가보다 더 중요한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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