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 같은 딸이 열여덟이나 있어도 꼽추 아들 하나만 못하다(중국)
밤새 애썼는데 기껏 딸이라니(스페인)
딸이 태어나면 심지어 지붕조차 운다(불가리아).
남아선호 사상을 표현한 각국의 속담들이다. 요즘 어디 가서 이런 말을 했다간 지금이 어느 땐 데 그런 시대에 뒤떨어지는 소리를 하냐며 핀잔 듣기 십상이다.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각국 속담에는 여성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경우가 많다.
'세계 여성 속담 사전'(북스코프 펴냄)은 속담 속에 담긴 여성에 대한 뿌리깊은 부정적 인식과 편견을 고찰한 책이다.
저자인 미네케 스히퍼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 대학원 교수는 15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1만5천여개의 속담을 수집했다.
저자는 수집한 속담들을 여성의 몸, 사랑, 성(性), 출산 등으로 분류해 여성이 처한 현실과 남성의 여성관, 여성 자신의 여성관 등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우선 가장 놀라운 점은 속담의 유사성.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여성에 관한 속담은 여성을 한 인간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남성에 대한 효용가치로 여성을 평가하고 여성의 능력을 제한해 남성에 대한 복종을 요구하는 내용이 많았다.
딸은 예뻐야 하고 아들은 재주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네팔), 남자는 자기보다 더 똑똑한 여자를 원치 않는다(미국), 학식이 있는 여자는 타락한 여자다(포르투갈/스페인), 여자의 지혜는 집안을 파멸시킨다(러시아) 등이 대표적인 속담들.
또 처녀와 유리는 언제나 위험하다(독일), 딸은 부서지기 쉬운 그릇이다(미국), 두드려 맞는 여자는 더 나은 아내가 될 것이다(한국), 여자는 징처럼 규칙적으로 매를 맞아야만 한다(미국) 등 여성의 순결을 강조하거나 남편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속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많은 속담이 여성을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지만, 저자는 행간에 숨겨진 뜻에 주목한다.
여성은 가련한 희생자일 뿐 아니라 극단적으로 강력한 존재이며 반면 남성은 냉혹한 폭군이고 염치없는 이익추구자이면서도 불안정하고 두려움에 찬 존재라는 것.
따라서 여성을 부정적으로 그린 속담들은 어쩌면 남성의 열등감과 두려움의 소산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저자는 남녀에 대한 속담은 대체로 남성 지배적인 성격을 드러내고 있지만 "여성의 거대한 영향력과 힘은 두드러질 정도로 끈덕지게 온갖 곤란을 무릅쓰고 속담 속에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한창호 옮김. 552쪽. 3만8천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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