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한국사진작가협회는 국내외 회원 6800명이 활동중인 명실공히 국내 최대 규모의 사진작가 단체입니다. 이 협회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 사진대전은 국내 최대 사진대전이죠.
그런데 이 대회 수상작들이 모두 돈을 주고 받은 것들이라는 겁니다.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이 협회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 사진대전'과 '서울시 사진대전'에서 특선 이상의 상을 받은 작품은 모두 돈을 주고 산 것들이었습니다.
이렇게 금품을 받아가면 상을 준 인물은 한국사진작가협회 사무처장 56살 김모씨.
김씨는 십 수년 동안 협회에 군림하다시피했다는 것이 협회 회원들의 말입니다.
사무처장이 대회 심사위원을 선정하는가하면, 지방에서 사진대회를 열기 위해서는 사무처장이 허기를 해줘야 가능하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것이지요.
김씨가 지난 2년 동안 대회에서 상을 준다는 명목으로 받아 챙긴 돈이 42명의 회원들로부터 4억 원 입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일부는 자신의 카드비를 내는 등의 개인용도로 사용했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특정회원에게 김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심사위원들과 점수 조작에 가담한 직원, 돈을 준 회원 등 48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 미리 그림 보여주고 높은 점수 줘...
수법은 다양했습니다. 지난해 합성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대상 수상작 '협동'은 3000만 원짜리였습니다.
이 작품의 출품자 63살 진모씨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카페에서 대상 수상을 부탁하며 현금 3000만 원을 사무처장에 건넸고, 그 댓가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차용금으로 돈을 먼저 받고 수상하게 한 경우도 있습니다. 한 회원에게서 700만 원을 빌리겠다며 돈을 받고는 이것을 갚는 대신 '특선'상을 주는가 하면, 본인이 찍은 사진이 없어도 돈만 주면 남의 사진으로 입상도 시키는 일도 있었지요.
그렇다면 사무처장 혼자서 심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원하는 상을 줄 수 있었을까?
우선 심사위원들이 9명(재작년까지는 14명이었다고 하는군요)을 따로 사무실로 부르거나, 지방에서 올라온 심사위원들을 직접 한명씩 만납니다.
만나서 출품작들이 샘플사진을 미리 보여줍니다. 그리고 어떤 상을 줘야할지를 지시하는 방식입니다. 혹시 심사위원들이 이를 헷갈려 할까봐 심사 당일날 심사장에 협회 여직원을 미리 입실시켜 수상시켜야할 출품작이 나오면 자리에서 일어나는 방법으로 신호를 보내기까지 했다고하니 기가찰 노릇이죠.
심사위원들은 그럼 왜 이렇게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대회 심사위원 선정권을 사무처장이 갖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사무처장한테 찍히면 속된말로 끝이라는 거죠. 또 협회 이사장이나 간부를 맡으려고해도 사무처장의 입김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잘 보여야 할 수밖에 없는겁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11월 이사장 윤모씨는 김씨에게 이사장 선거에 당선되도록 도와달라며 2000만 원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 돈 따라 상도 달라
대상은 3000만 원, 우수상은 1500만 원, 특선은 700만 원 등. 상마다 금액이 달랐습니다. 아니 왜 이런 상에 큰 돈을 들일까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관계자의 말은 이렇습니다.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 '점수'가 주어진답니다. 일정 점수를 넘기면 초대작가나, 대회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거죠. 때문에 사진작가로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돈을 들여서라도 상을 받으려고 하는 겁니다. 취재진과 만난 협회 사람들도 문제는 잘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돈으로 얼룩졌던 미술대전부터 이번 사진대전까지... 실력을 '검증'하는 대회들이 결국 비리대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떨어진 신뢰는 투명성 회복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 겁니다.
그간 사진작가 협회는 김 사무처장의 독단적인 결정만으로 운영이 돼 왔었죠. 이제 다양한 협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할 겁니다.
수상작 선정 과정에도 온라인 투표제를 도입하는 방법 등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이번 수사를 기점으로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