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가 4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예비후보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의 정치 참여율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국회가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일정 비율 이상의 여성 공천을 의무화했는데도 각 정당은 "여성의 인재 풀이 적어 의무공천을 채우기도 어렵다"며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여성 광역단체장 6명, 교육감 5명뿐 중앙선거관리위원에 따르면 3일 현재 전국 16개 시.도의 광역단체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여성은 6명으로, 전체 80명의 7.5%에 그쳤다.
기초단체장 후보는 1천105명 가운데 36명이 등록해 3.3%에 머물렀고, 광역의원 후보는 2천139명 가운데 156명(7.2%), 기초의원은 6천542명 가운데 588명(8.9%)에 불과했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에 나선 예비후보는 80명 가운데 5명(6.2 %)만이 여성이고, 교육의원 후보 261명 가운데도 여성은 고작 7명(2.6%)이었다.
광역단체장에서는 서울과 울산, 경기도, 제주특별자치도 등 4개 지역에서만 여성 예비후보가 나왔을 뿐 12개 시.도에서는 한 명도 없었다.
기초단체장 역시 대구, 대전, 강원, 충북, 경북 등 5개 시.도에서 예비후보로 등록한 여성은 아직 없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는 예비후보 297명 가운데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17명, 교육의원 3명만 여성이고 경북은 812명 가운데 도의원 10명과 기초의원 30명 등 40명이 여성이다.
제주는 광역단체장에 2명과 광역의원에 5명의 여성이 각각 예비후보로 등록해 그나마 체면을 살렸다.
또 광주는 250명 가운데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각 1명, 광역의원 10명, 기초 의원 25명, 교육감 1명 등 여성이 비교적 골고루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당 공천과정에서 탈락해 실제 여성의 정치 참여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기피..인물 찾기 '안간힘' 국회는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지난 3월 '광역.기초 의원 정수의 절반 이상을 공천하는 정당은 국회의원 선거구당 1명 이상의 여성 광역의원 또는 기초의 원 공천을 의무화하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각 정당 시.도당에서는 여성 후보 물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막상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출마를 희망하는 여성 후보에게 경선 때 20%의 가산점을 주 고 있지만, 시장과 기초단체장 후보에 한 명의 여성 후보도 내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당 관계자는 "대구.경북 지역은 전국 어느 지역보다 보수적인 정서가 강해 여성의 정치 참여가 저조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대전.충남과 대구.경북,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 대전시당은 대전지역 6개 선거구에서 여성 후보를 모두 공천해 여성 후보 부족으로 해당 선거구의 공천을 취소당하는 불상사를 막았지만, 자유선진당 대전시당은 아직 2명의 여성 후보를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자유선진당 대전시당 관계자는 "여성 후보를 구하고자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지만, 응모자가 없어 고민"이라며 "후보등록 마감일까지 여성 후보를 공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광주시당 관계자도 "경선에서 여성 후보에게 20%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지만, 기초단체장 후보로 선뜻 나서는 여성이 많지 않다"며 "하지만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의 여성 후보가 점차 느는 것은 여성정치 확대를 위한 청신호로 볼 수 있다 "고 했다.
출마에 나선 여성 후보들도 지역구 출마를 꺼리고 비례대표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져 정당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한나라당 충북도당 관계자는 "여성들이 선거운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지역구 출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며 "이 때문에 여성 후보들이 비례대표에 몰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례대표 여성 후보 공천심사를 먼저 하고 공천 탈락자에게는 지역구 출마를 권유하겠다는 복안을 세워 놓았다.
민주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지역구마다 여성 출마자를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데 마땅한 인물을 찾기가 어렵다"며 "여성들이 비례대표를 선호해 지역구 출마자 찾기가 더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여성 참여 확대" 시민사회 대책 촉구 광주.전남 여성정치네트워크는 최근 광주지역 9명과 전남지역 3명 등 모두 12명 의 '좋은 여성후보'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에 추천했다.
여성정치네트워크는 "좋은 여성 후보와 여성 유권자들이 정치의 주체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각 정당은 추천된 여성 후보들이 공천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한국여성정치연맹 김방림 총재도 최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한국의 정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려면 여성의 정치 참여와 적극적인 역할이 절실하다"며 "각 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전체 후보 30%를 여성으로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요구에도 각 정당은 여성 후보를 공천하는데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윤순갑 교수는 "각 정당이 약속했던 여성 후보 공천 확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은 애초에 여성의 공무(公務) 담임을 확대하려는 순수한 의도보다 여성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목적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지역구 국회의원 의중이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정당의 공천심사 과정을 볼 때 여성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민주적 방식이 관철되는 당내 민주화가 관건이며 장기적으로 여성들이 단결된 힘으로 정치권을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여성회 남은주 사무처장은 "정당들이 '여성후보 전략공천'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는 여성의 정치참여라기보다는 당리당략"이라며 "남성 공천은 일반적인 데 비해 여성 공천은 필요할 때, 될 만한 지역에만 내보내는 특수한 경우로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단체를 보면 여성들도 인물이 많이 있고 공천을 받고 싶어하지만 안되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된다"며 "여성 정치인이 되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운 지금 정치권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북여성단체협의회 이경미 사무처장도 "정당들이 여성 후보를 추천하면서 여성들이 뒷순위로 배치하거나 특정지역에 몰리게 해 여성끼리 경쟁하게 되는 사례가 있 다"며 "이 때문에 여성의 정치활동 확대라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각 정당은 선거철만 되면 여성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할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여성 인재를 키워야 한다"며 "여성들도 비례대표직에 의존하지 말고 선출직에 많이 도전해 자신들의 몫을 스스로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군포 한세대 신문방송학과 홍숙영(41) 교수는 "여성들이 정치적 역량을 시험할 공간이 없다. 여성단체나 자원봉사단체 등에서는 정치 관련 리더십을 키울 수 없다. 대학이나 시민단체에서 여성 리더를 기르는 프로그램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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