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 발생 한달이 넘었습니다.
오늘 영결식이 열리네요. 말 그대로 '잔인한 4월'이었습니다.
취재열기도 뜨거웠는데요. 이 열기 뒤에 숨은 뒷얘기도 참 많았습니다.
멀게만 느껴지는 '백령도'..
천안함 인양작업이 진행된 이 한달간 이 작은 섬 안엔 200명이 넘는 취재진이 상주했습니다.
저도 물론 백령도로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천안함이 침몰한 바로 다음날 달려갔죠.
현장취재가 늘 그렇습니다만, 항상 처음 가면 고생을 많이 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모든걸 셋팅해야하니까요. 어디가서 뭘 어떻게 취재해야 하는지, 카메라 중계차 같은 장비는 어디에 설치를 해야 하는지, 취재원은 어디서 만나야 하는지 등등..
그런데 이렇게 취재 관련된 일 이외에 더 힘든게 있습니다. 숙소 잡고, 식당 뚫고, 눈·비바람 견디고.. 바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인데요. 백령도는 섬이다보니 이 의식주를 해결하기가 더 힘들었습니다.
사건발생 다음날, 각종 언론매체의 취재진 수백명이 새벽부터 백령도로 급하게 들어갔습니다. 하필 이 날이 토요일이다 보니 관광객과 겹치면서 렌터카 빌리는 것부터 삐걱대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인원이 15명.. 애걸복걸해 간신히 빌린게 차 2대.. 차를 타고 있는것 자체가 행운인 상황이 된거죠.
문제는 추위였습니다. 백령도 주민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백령도의 봄가을은 한달씩 뿐이다." 그만큼 겨울이 길고 모질단 소린데요. 백령도에 들어온 방송국 기자 대부분은 '그림'을 보여드리기 위해 사건해역이 내다보이는 장천포 해변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바닷바람이 몰아치는데, 추위를 피할 차도 없지.. 정말 '정신이 혼미'해 질 정도로 춥더군요. 일이 끝난 뒤 숙소에 들어가서까지 뼛속 까지 스며든 추위가 빠져나가지 않고 몸속에서 계속 도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실종자들이 함체 어딘가에 아직 살아 있을 것이란 기대를 많이들 하고 있을 때였죠. 너무 혹독한 추위에 바다를 볼때 마다, 정말 진심으로, 실종자 걱정이 됐습니다. '뭍도 이렇게 추운데, 바닷속은 얼마나 더 추울까'하고 말이죠.
결국 저희 팀은 이틀간 추위에 달달 떨다가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백령도에 하나뿐이라는 '패션샵'..'라라패션'에서 내복, 군용 목폴라, 마스크, 장갑, 낚시조끼 등 잔뜩 사서는 완전무장을 했죠. 그런데도 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더군요. 정말 '겨울(?) 바다'무서운 줄 이번에 알았습니다.도저히 바닷바람을 막을 수 없어 또다른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대형 비닐과 빨랫줄을 사다가 엉기성기 누더기 바람막이도 설치한거죠. 설치 하루만에 바람에 모두 찢겨 날아갔지만요..나름 군대도 갔다왔지만, 정말 일생 살면서 가장 추운 경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만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추우니까 열량소모가 많아서 그런지 배가 더 빨리 고파지더군요..
백령도의 추위..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해도 될 만큼 정말 매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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