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안보문제 전문가들은 27일 천안함 침몰사고와 관련,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군의 정보 및 지휘체계 전반에 걸쳐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통일.외교.국방부분을 종합적으로 총괄하는 NCS(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를 재건하는 것이 필요하고, 대형 사고에 대비한 군의 매뉴얼을 보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가나다 순)
▲김기정 연세대 교수 = 천안함 사건으로 한국의 안보에 있어 중대한 위기라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우리가 그렇게 사수하려고 노력했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근방에서 한국의 안보가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대응에서 초반에 국민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하는 방향으로 군을 비롯한 정부 관계 기관들이 우왕자왕했다는 인상도 지울 수가 없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일관성이 보이지 않아 초기에 불필요한 의혹을 많이 키웠던 점도 지적할 수 있다.군사 정보는 오로지 군이 독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유연하게 바뀔 필요가 있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경우 정부가 더 넓은 시각에서 국민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북한에 단호한 대응, 나아가 군사적 대응까지 주문하고 있지만 북한의 소행이라는 게 명확하게 밝혀지기 전에 너무 예단해서 공세적 분위기로 몰고 가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사건에 북한이 개입됐다는 심증을 가지고 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남북한의 대화 채널이 복구돼야 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6자회담의 틀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평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고 수습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가가 위기관리를 하는 데 있어 정부가 언론을 비롯한 사회와 호흡을 같이하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 결과 군에 대한 신뢰에 균열이 생겨 우리 사회가 어려움을 겪었고 나아가 정부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렸다고 본다.
특히 군 차원에서 봤을 때 앞으로도 백령도 해상에서 초계활동이 계속 이뤄져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출된 여러 가지 정보로 인해 이번 사건 이후 우리 해군 장병이 안전한 초계 작전활동을 하는 데 큰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아직 민.군 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가 남아있지만 이번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입증된다면 북한의 군사적 능력에 대한 재평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북한이 전쟁에서 이기지는 못하지만 우리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한 평가를 토대로 북한의 전력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더 나아가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안보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적인 안보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 원인을 규명하고 분석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남남분열을 일으킬 소지가 많다.
남북한이 대치국면에 있기 때문에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예방적 안보라고 할 수 있다. 남북한 관계를 총괄할 대화를 복원해야 한다. 또 통일부는 남북관계, 외교부는 국제관계, 국방부는 대적관계로 볼 수 있는데 각자가 따로 노는 것 같다. 큰 틀이 없다는 것이다.
통일.외교.안보를 종합적으로 총괄하는 NSC같은 컨트롤타워의 재건이 시급하다. 한반도는 정전상태이기 때문에 돌발사건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돌발사건도 돌발사건이지만 천안함 사건 등을 북핵 문제와 연계해서는 안 된다.
이런 부분은 전략적 관점에서 잘못된 것이다. 우리 정부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원인 규명과정이라고 해서 6자회담을 지연시키는 것을 국제사회에 요청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올바른 것이 아니다.
만약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고 해도 다른 관련국과 공조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 = 이번 사건을 통해 위기대응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북한과 관계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해소될 때까지 안보 등에 대비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 군과 민, 정부와 군, 군 내부에서 협조체제가 제대로 안 되고 인식이 공유되지 못한 것 같다.
또 군에 대한 신뢰와 지지에 대한 제고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체제와 정책, 남북관계 등 한반도 주변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서 시스템을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 = 아직 판단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만약 외부 폭발이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났을 경우 여태껏 우리가 갖고 있었던 국방정책의 방향성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소위 '국방개혁2020'이라는 것이 협력적 자주국방을 지향한다고 하면서도 지역적 또는 세계적 차원에서 우리 군의 역할을 강조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보면서 잠수함을 비롯한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대해 충실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본있는 국방력을 갖추고 있었는지 의문이 들게 된다.
해군 뿐 아니라 모든 군이 북한의 대칭.비대칭전력에 대한 준비를 완벽하게 해서 억제력을 기르고 새롭게 안보태세를 재정비하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북한에 대응할 수 있는 기본기를 완벽하게 갖추고 나서 해군이 대양으로 가든지, 공군이 우주로 가든지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해군과 육군 등 각 군이 통합되고 효율적인 정보체계를 갖추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군의 정보체계 및 지휘체계에 대한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청와대 내 안보시스템의 개혁도 필요하다고 본다.
▲차두현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북한 연루설이 나왔으며 그럴 수 있다는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리 대잠, 초계 경계망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의 소행 여부를 떠나서 앞으로 보강대책 및 전략을 확보해야 한다.
작년 이후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군사적 긴장을 1년 반이 지속해왔는데 심리적, 군사적 압박감이 심하면 아무리 정신무장이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버티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것을 적절히 풀어주지 않으면 신속한 대응이 어렵게 된다. 원인 규명을 빨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심리적 긴장감을 풀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수색구조에 동원된 전력을 제외하고 나머지 전력들이 심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서 적절하게 이완조치를 취해야 한다.
처음 사태가 발생한 뒤 국방부와 합참 등의 역할분담이 적절히 됐는지, 이런 대향 사고에 대비해서 만들어진 매뉴얼이 효과를 발휘했는지에 대한 평가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서울=연합뉴스)
천안함 교훈 ⑤전문가 진단
"북 비대칭전력 재평가..대응책 시급", "NSC사무처 부활 필요..군 메뉴얼 재정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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