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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에서 25억원의 상속금이?

나이지리아에서 25억원의 상속금이?

◆ 갑자기 찾아온 '행운'

 지난해 11월, 전직교수인 65살 정모씨는 영어로 된 이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나이지리아 국립은행에 근무한다는 사람이 보낸 편지였는데, 내용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 당신에게 상속할 돈이 우리나라 돈으로 25억원이 있다. 이 돈을 한국에 들여보내기 위해선 돈의 1%인 2500만원을 통관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정씨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 무시하고 있다가, 무심코 무슨 내용인지 설명을 해달라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얼마 뒤 UN외교관이라는 사람이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나이지리아 국립은행에서 보낸 메일 내용이 모두 사실임을 증명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어 나이지리아 대통령실의 인증서와 UN 인증서, FBI 인증서들이 정씨에게 배달됐습니다.

의심이 가긴 했지만, 이런 기관들의 증명서를 보고 믿게 된 정씨는 열흘 만에 550달러를 '웨스턴 유니온'이라는 해외 은행에 송금했습니다.

그런데 돈을 입금했는데도 주기로한 돈은 오지 않았습니다.

왜 돈을 주지 않느냐고 따지자 이쪽에서는 "통관절차가 늦어지고 있다. 추가로 돈을 보내라"고 했고, 정씨는 또 보냈던 겁니다.

이런 식으로 보낸 돈이 37차례에 걸쳐 4300만원이나 됩니다.

나중에는 속은 것같은 기분에 연락을 안 받기도 했지만, 나이지리아 국립은행 관계자라는 사람은 정씨가 받을 돈이라며 달러가 가득든 상자 동영상까지 보내왔습니다.

더이성 돈을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까지 보낸 돈이 있는데..'라며 울며 겨자먹기로 보낸 것이지요.

◆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지만 끝내 상속금은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경찰에 신고하게 됐고, 수사결과 정씨가 받은 메일이 '국제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피해자는 정씨 뿐이 아니었습니다. 정씨와 같이 당한 사람이 적발된 건만 8명. 물론 훨씬 더 많을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8명으로부터 뜯어낸 돈만 2억 5천만원에 이르지요.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경찰 수사에 응한 사람은 2명 뿐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이 주로 부유층이라 창피함 때문에 주변에 알리거나 신고를 하지 않아서랍니다.

속이는 방법도 다양했습니다.

상속금이나 복권 당첨금을 보낸다... 혹은 정치 비자금을 보내겠다는 내용 등...

사실 말도 안 안되는 이야기지만, 앞서 정씨가 속았던 가장 큰 이유는 공인증명서들이었습니다.

다른 피해자들 역시 UN이나 FBI처럼 공인된 기관의 정교하게 위조된 서류 때문에 진짜인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전형적인 이메일 보이스피싱의 수법 중 하나지요.

경찰에 붙잡힌 일당은 모두 국내 거주하고 있는 나이지리아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해 인터넷 보이스피싱을 해던 사람들로 CCTV와 같이 분명한 증거가 있는데도 현재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붙잡힌 나이지리아인들을 조사하는 한편, 인터폴과 공조를 통해 나이지리아 현지에 현지 조직이 있는지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만 당해

이 사건이 특이한 것은 영어로 쓰여진 메일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만 당했다는 것입니다. 이메일을 사용하고, 영어를 해석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런 메일에 답장을 보낼 수 있었던 거죠.

피의자들 역시 우리나라가 인터넷 사용 환경이 발달돼 있고, 영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노렸습니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만큼, 수법은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제가 아는 경찰분도 보이스피싱에 속았다며, 이렇게까지 정교하게 속일 줄 몰랐다고 하시더군요.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한 해 동안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운영하는 '110 정부민원안내콜센터'에 접수된 보이스피싱 관련 민원을 분석한 결과, 신고건수는 지난 2008년에 비해 43% 감소했지만, 피해 금액은 오히려 17%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기존 사기 수법보다 지능적인 수법으로 피해액이 늘었다는 것이지요.

2009년 전화금융사기 민원은 총 4만 4천여 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45%가 우체국을 사칭했고, 이어서 은행, 검찰청, 경찰청 순이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그동안 많이 알려진 자녀납치나, 공공요금 연체 사기는 줄었고, 여론조사기관, 고객감사 이벤트, 혹은 방송퀴즈상품 등 새로운 수법이 많이 늘었다는 겁니다.

관련 법을 통해 처벌을 강화하는 정책적인 뒷받침도 있어야 겠지만, 점점 지능화 되고 있는 보이스피싱에 좀더 지혜롭게 대처해야 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할 겁니다.

또 보이스피싱이 의심될 때는 즉시 신고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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