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맞는 3,40대 직장인들이 퇴근 후 소주잔을 기울이는 곳이라면 어디나 귀에 쏙쏙 박혀 들어오는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 대한 불만이죠.
"내가 이짓 할라고 공부했나?" "ooo부장 횡포 더 이상 못 참겠어" "확 나가버릴까" 등등퇴근 전이라면 언감생심인 대화들이 쏟아집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숙취가 제대로 안 된 몸을 이끌고 서둘러 출근하다 보면, 어느새 잊고 마는게 현실입니다.
요즘같은 취업난 속에, 가뜩이나 생물학적 나이가 사회생활에서 너무나 중요해 젊은 사람 아니면 대기업 입사는 꿈도 못 꾸는 상황에서, '술자리에서 얘기가 좀 과했나'하는 후회감까지 들죠.
하지만 이와는 달리, 평소 불만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직 나이가 젊어 재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신입사원들이죠.
2주 전, 밤 9시, 서울 종로의 한 영어 학원.
넥타이, 양복차림에 007가방을 든 한 직장인이 언뜻 봐도 지쳐보이는 몸을 이끌고 출석했습니다.
이 직장인에겐 가급적 비밀로 부쳐야 하는, 하지만 양보할 수 없는 목표가 있습니다.
[김부영/무역회사 1년차 신입사원 : 좀 더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서요. 그걸 위해서 모든걸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처럼 취업전쟁에서 살아남고도, 더 나은 직장이라는 목표 때문에 새로 취업 준비를 하는 이른바 '취업 반수생' 들은 요즘 저녁이나 새벽 시간대, 학원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씨 같은 '반수생'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예, 졸업한 학교의 대학원으로 다시 돌아오는 '유턴족'도 많습니다.
2주전 기자가 만난, 박윤석씨가 바로 그런 케이스입니다.
3년 전, 남들이 부러워하던 외국계 항공사에 취업한 박씨는 얼마전 사표를 내고 모교의 경영대학원에 재입학했습니다.
외국계 항공사 직원이면 해외를 누비며 전공인 경영쪽 일도 마음껏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깨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박윤석/대학원생 : 업무가 제가 꿈꿔왔던 것과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박씨는 공부를 더 해본 뒤, 다른 직장에 문을 두드려볼 생각입니다.
김씨나 박씨 같은 '반수생'과 '유턴족'이 늘면서, 최근 한 인터넷 취업 사이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향후 반년 안에 퇴사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한 신입사원은 8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상장기업 신입사원 가운데 9% 가량이 1년안에 회사를 떠나는 걸로 조사됐습니다.
이들 '반수생'과 '유턴족'들은 대부분 '남들은 노력해도 못 들어가는 직장을 구해서 별짓 다한다'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지만, 워낙에 회사가 마음에 안들다 보니 가만히 있을 수도 없습니다.
물론 회사일에 집중도 잘 안되죠.
이런 사람들 가운데는 '무조건 붙고 보자'식으로 취업했다가 본인도 마음고생하고 회사에도 폐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신입사원 한 명당 새로 뽑는데 4~5천만 원의 심사 비용을 부담한다는 한 대기업의 경우, 신입사원들이 제대로 일도 안하고 회사를 나갈 경우 경제적 피해가 만만치 않다고 말합니다.
[홍정환/LG전자 인사담당 대리 : 그만두고 나갔을 경우, 회사는 교육생에게 투자한 막대한 돈, 본인의 연봉에 해당하는 비용을 허비하게 됩니다.]
(이 회사의 경우는, 아예 신입사원 뽑을 때, 앞으로 나갈지 모를 사람을 사전에 탈락시키기 위해 입사 전형프로그램을 만들어놓았다고 하더군요.)
이처럼 높은 사회적 코스트와 비효율을 양산하는 신입사원들의 방황.
물론 취업에 임하는 구직자들이 좀더 직장의 성격에 대한 파악을 사전에 철저히 해야 하겠지만, 대학 등의 교육기관에서도 회사나 직종, 직무 등에 관한 취업 정보를 좀더 피부에 와닿게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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