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국방부에는 '제 2차관'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정답은> '없다' 입니다.
그러나 여기, 바로 얼마 전까지 자신을 국방부 제 2차관 내정자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53살 허모씨가 바로 그분입니다.
허씨는 국방부 바로 옆 30미터와 1킬로미터 거리에 '아이리스 컨트롤(주)'과 '신용산건설산업(주)'이란 이름으로 사무실을 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혹은 그들이 소개하기에 이 두 업체는 국방부 산하 독점적인 군납 공기업처럼 보였습니다.
사무실에서 근무할 직원도 164명이나 뽑았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수도권 4년제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 우수공무원상 수상 경험이 있는 9급 공무원 출신, 연구원 출신, 해외 유명대학 출신 등 소위 '고학력자'들이 이곳 직원으로 선발됐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구요?
허씨는 탁월한 말솜씨로 자신이 국방부 제 2차관이 되면 이들을 모두 국방부 7급 공무원으로 특채시켜주겠다고 속였습니다.
실제로 처음 한, 두달은 150~200만원 가량의 월급을 주기도 했습니다.
출근 시각은 오전 8시 반, 퇴근은 낮 12시 반. 사무실에 나와서 하는 일도 딱히 없었습니다.
심지어 허씨의 아들과 딸도 두 업체에서 각각 일하고 있었으니, 다른 직원들은 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의 자녀도 공무원으로 특채시켜주겠다는 허씨의 말을 믿은 것 같다고 합니다..^^;;)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공무원으로 채용해주겠다니, 얼마나 좋을까요. 사람들은 허씨의 말을 믿고 기다렸습니다.
그럼, 허씨는 왜 사람들까지 뽑아가면서 사무실을 차린 걸까요?
이제부터 허씨 일당의 본격적인 사기행각이 시작됩니다.
국방부 바로 앞에 있는 사무실의 위치와 허씨의 현란한 말솜씨, 164명이나 되는 엘리트 직원들. 사무실을 찾는 일반 사람들은 허씨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군납업자 28명은 군부대 납품권과, 군 관련 공사 수주권을 주겠다는 허씨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계약 보증금 명목으로 모두 28억원을 줬다고 합니다.
"내가 국방부 제 2차관 내정자인데, 나중에 한 자리 하게 되면 잘 봐줄게.."란 식으로 사람들을 속인 거겠죠?
게다가 허씨 일당은 매일 인터넷과 신문기사 등을 검색해 그때 그때 시기와 상황에 맞는 거짓말을 쏟아냈습니다.
피해자: (허씨의 약속이, 혹은 계약이) 왜 이렇게 늦게 진행되는 거죠?
허씨 일당: 아, 대통령께서 출국하셨잖습니까..
피해자: 4월이면 된다고 하지 않았나요?
허씨 일당: 지금 천안함 사건으로 국방부의 모든 업무가 '올스톱' 상태입니다.
그럴듯 하죠?
국방부 제 2차관 신설 논의도 실제로 있었던 일이구요.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겠죠?
군 수사권은 일반인(민간인)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노리고 사기 행각을 일삼던 허씨 일당 7명은 결국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고 수사를 시작하게 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군 관련 공사수주와 부대 식자재 납품 등을 꿈꾸던 군납업체들, 국방부 7급 공무원 특채를 꿈꾸던 164명의 직원들..
이들의 꿈은 모두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너무나도 꿈 같은 이야기, 듣기만해도 솔깃한 이야기.. 앞으로는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들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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