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A1'으로 전격 상향한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무디스의 이번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2007년 7월 'A2'로 올린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특히 천안함 침몰로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의 부각이 우려되는 시점에서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북한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이 그만큼 높아진 것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등급상향 배경은 빠른 회복세와 재정건전성
한국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된 데는 재정건전성과 꾸준한 경제성장, 경상수지 흑자기조, 단기외채 감소, 외환보유액 확충 등 한국경제의 전반적 여건 개선이 반영됐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경기침체의 늪에 허덕이는 와중에도 한국이 빠른 회복세로 가장 먼저 경제위기를 탈출한 국가로 분류되면서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 것도 톡톡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한국경제에 독이 될 수 있었던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히려 신용등급 상향에 긍정적 작용을 한 것이다.
실제로 무디스가 등급상향의 이유로 꼽은 빠른 경제회복, 정부의 신속한 대응, 건전한 재정, 금융기관의 건전성 개선 등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선두권이다.
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 0.2%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호주와 폴란드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것이다.
재정건전성의 경우도 지난해 사상 최대규모의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했음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위기 전인 2007년 30.7%에서 지난해 33.8%로 상승, 같은 기간 OECD 국가의 평균 비율이 73.1%에서 90.0%로 크게 높아진 것에 비해 매우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총외채는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9월말 4천261억달러에서 작년말 4천19억달러로 줄고 단기외채는 같은 기간 1천896억달러에서 1천500억달러로 감소,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44.5%에서 37.3%로 개선됐다.
외환보유액이 지난해 2천723억달러까지 꾸준히 늘어나면서 외환보유액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79.1%에서 55.5%로 떨어졌다.
재정부 허경욱 제1차관은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해 위기를 금방 극복하고 복원하는 힘이 있다는 점과, 복원과정에서도 재정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잘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조정시 항상 우리나라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북한 리스크도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디스의 신용평가 작업 도중 천안함 사태까지 터졌음에도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천안함 사태를 포함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감안하더라도 신용등급을 상향할 만한 여건이 갖춰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허 차관은 "천안함 사태가 터진 이후 시장이 굉장히 차분하게 반응했고, 국내투자자들은 물론 해외투자자들까지 계속 국내 주식이나 채권을 샀다"며 "이런 부분도 충분히 감안되지 않았겠느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인구 문제.공공부문 부채 지적
무디스는 신용등급 상향 조정에서 우리 경제의 강점을 설명하면서도 북한 관련 리스크 외에 인구 문제와 공공부문 부채 문제를 지적했다.
무디스는 우선 인구 문제가 향후 10~15년간 부상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국민연금제도가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는 점은 평가했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빠른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무디스는 이와 함께 공공부문의 부채 증가가 중앙 정부의 재정에 아직 부담이 되고는 있지 않지만 공기업을 중심으로 한 공공부문의 최근 몇년간의 부채 증가에 우려를 표했다.
허경욱 재정부 제1차관은 "공기업 부분이 충분히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이 부분을 잘 관리해 나가자 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 기대효과는?..기업.금융기관 자금조달 비용 줄어들듯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국내 증시나 채권시장에 외국인 자본의 투자 유인으로 이어져 금융시장의 안전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부는 물론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도 수반될 전망이다.
특히 기업들이 해외로 나갈 때 국가의 신용등급을 넘어서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이번 국가 신용등급 상향 조정으로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올라갈 여지가 생김으로써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이 상당히 건전하다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다"며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외부자금을 조달할 때 금융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고 주식이나 채권의 안정도도 더 높아져 투자유인이 늘어나고 외국자본이 더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 신용등급 연쇄 상향 조정 이뤄지나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외환위기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부여한 것은 무디스가 처음이다.
S&P의 한국 신용등급은 A, 피치는 A+다.
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2005년 7월에 'A-'에서 'A'로 올린 이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S&P의 외환위기 이전 신용등급은 'AA-'로 지금보다 2등급 높다.
피치의 경우 2005년 10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상향 조정한 이후 지금까지 그대로다. 외환위기 전 피치의 한국 신용등급은 'AA-'로 지금보다 1등급 위다.
S&P와 피치는 6월과 8월 사이에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의 방문 날짜는 아직 조율되지 않았다.
정부는 S&P와 피치에도 세계 경제위기에서 빠른 회복세를 보인 우리 경제의 강점을 적극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허경욱 재정부 제1차관은 "3대 신용평가사중 제일 먼저 외환위기전 등급을 회복한 케이스로 (우리가) 경제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하고 복원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면서 "다른 신용평가사들에게도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S&P나 피치가 무디스를 따라 한국의 신용등급을 같이 올릴지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무디스의 상향조정으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허 차관은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조정에는 패턴이 없다"며 "어떤 경우에는 같이 올리기도 하지만 올리는 것보다는 내릴 때에 잘 (같이) 가는 편이고 올릴 때는 각각 올리는 편"이라고 설명한 뒤 "미리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달 24~26일 국가 신용도 평가를 위해 방한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통일연구원 등을 방문하고 한국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돌아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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