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돼서 좋은 것 중에 하나는 견문을 넓힐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작년에 운 좋게 가봤던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그랬습니다.
강렬한 원색으로 칠한 차에 힘차게 달리는 말 같은 그림을 붙여 놓고 "우리 차는 종마처럼 힘이 좋아요"라고 홍보하는 모습만 생각하고 모터쇼에 갔는데요.
그런데 벤츠, BMW, 도요타, 포드 같은 최고의 자동차 회사들 부스 모두 단정한 흰색 차에 옆구리엔 커다랗게 숫자를 적어놨더군요. 뭔가 봤더니 연비, 혹은 리터당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이었습니다.
아, 자동차 시장이 확 달라졌구나,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나가는 회사도 물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크라이슬러였는데요. 덩치가 산만한 차들을 세워놓고는 "산을 뛰어 올라가는 강인한 힘"뭐 이런 식으로 광고를 하고 있더군요. 정말 세상 물정 잘 모르는구나 싶어서 안타깝기까지 했습니다.
우리나라 회사는 어땠냐구요? 뭐 다들 아시는 대로입니다.
"우리도 주요 회사로서 이렇게 친환경 개발을 하고 있다"는 강조 대신, 기억나는 건 대표가 전세계에서 온 기자들에게 등을 돌린 채 신차 개발진을 병풍처럼 둘러놓고 돌아가며 악수를 하는 아주 한국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안타까울 뿐이었죠.
뭐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올해도 우연찮게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건데요. 이번엔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를 찾아가 취재를 할 기회를 얻게 됐던 겁니다. 사실 스코틀랜드 하면 척박한 땅과 험한 날씨, 그리고 수염이 멋있는 숀 코넬리의 고향 정도 밖에는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 유명한게 또 하나 있다더군요. 바로 친환경 발전입니다.
안 그래도 유럽은 친환경 에너지에 열심입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스코틀랜드는 상당히 앞서 나가는 곳 중에 하나입니다. 스코틀랜드는 대서양에 바로 접해 있습니다.
미국 쪽에서 건너오는 바람과 파도를 그대로 맞게 되는 것이죠.
이런 날씨를 이용해 친환경 발전에 오래전부터 주력을 해왔습니다.
이미 올해 전력 사용량의 25%를 친환경 에너지에서 얻고 있을 정도입니다. (여기서 깜짝 퀴즈...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몇% 일까요? 2008년 기준으로 2.43%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친환경보다는 ‘가격 대 성능비’가 좋은 원자력을 많이 쓸 예정입니다.)
또 발전 가능성도 아주 높습니다. 유럽 전체의 친환경 발전 잠재력을 놓고 보면, 풍력은 유럽 전체의 25%, 조력발전도 25%, 파력 발전은 10%나 갖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입장에서는 이런 자원을 활용한 기술을 발전시키면 앞으로 세계 시장을 제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 이상으로 궁금한 점이 있었습니다. 사전 조사를 좀 해보니 '한국적 마인드'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전에도 소개했었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인천 앞바다 앞뒤를 둑으로 막아서 조력발전을 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환경은 좀 망가지겠지만, 저렴한 값에 '친환경(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에너지를 얻겠다는 발상입니다. 그런데 차차 소개하겠지만 스코틀랜드는 간단한 방법을 팽개치고(!) 어렵고 복잡한 방법으로 전기를 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 고위 관계자 몇 명만 초빙하면 간단하게 문제가 해결 될텐데 무슨 생각일까, 현지에서 확인해보고 싶었던 마음도 강했습니다.
그래서 가본 스코틀랜드는 어땠냐고요? 결론적으로 국내에서는 알 기회가 적었던 여러 가지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몇 편으로 나누어서 스코틀랜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진짜 이야기는 다음 회에 시작하도록 할께요.
스코틀랜드 최초의 해상 풍력발전 시설입니다. 바다 밑에 전선을 깔아서 육지로 전기를 보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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