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르완다 대학살 이 일어난 지 16주년이 되는 지난 7일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는 눈물로 얼룩진 기념식이 개최됐다.
케냐 일간 더 스탠더드는 이날 행사에 참석한 당시 대학살 생존자들은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그날의 기억과 생존 이후의 고통스러운 날들을 되새겼고, 여러 나라에서 온 청중들도 한 청년의 시를 들으며 이들과 함께 흐느껴 울었다고 전했다.
이날 당시의 목격담을 시로 낭송한 래리 리자는 폭도들에게 아버지가 몽둥이에 맞아 죽고 어머니와 여동생이 차례로 강간당하고 나서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천장에 숨어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어린 소년의 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를 때려죽인 후 제복을 입은 일단의 사람들이 어머니를 욕보이는 동안 또 다른 사람들은 12살 여동생을 차례로 성폭행했다"며 폭도들이 처참하게 그의 어머니를 살해하는 과정을 읽어 내려갔다.
비록 살인자와 생존자들 간 화해의 과정이 담긴 짧은 영상이 방영되었지만 "나를 강간하고 남편과 여섯 아이를 죽인 사람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화면 속의 한 여성이 던진 물음은 르완다 국민이 겪은 고통을 짐작하게 했다.
또 다른 생존자인 이브 카무룬시는 "죽음을 모면하게 되면 인생에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의 앞날은 지난 16년보다 나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를 슬프게 하는 일이 있더라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를 항상 찾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카무룬시는 그러나 희생자들이 아직도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고아들이 아직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으며, 당시 성폭행으로 임신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성들은 여전히 지역사회의 천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정의로운 화해와 재결속'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날 행사에서 르완다의 한 목사는 "세계는 악을 행하는 자에 의해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지켜보고 묵인하는 자에 의해 파괴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1994년 4월 다수족인 후투족 출신 쥐베날 하비아리마나 대통령이 탑승한 항공기가 미사일에 격추되면서 촉발된 르완다 대학살은 불과 100여 일 만에 투치족 80만 명과 온건 후투족 수만 명의 희생을 낳으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한 범죄의 하나로 기록됐다.
(나이로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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