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진짜 사나이, 고 한주호 준위

눈물의 영결식장

천안함 사건으로 평택(2함대사령부)과 성남(국군수도병원)에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 지난 한 주.

특히, 3월 30일은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그날 저는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천안함 생존자들을 면회하기 위해 오고가는 생존자 가족들을 만나야 했습니다.

그들을 통해서 침몰 당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죠.

병원 정문 앞에 버티고 서서 들어가는 사람, 나오는 사람 할 것 없이 팔을 붙잡고 "혹시 천안함 생존자 면회하러 오셨나요?"를 계속 질문하고 있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날 오후,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다 UDT 대원 1명이 순직해 제가 있는 국군수도병원으로 온다는 연락이었습니다.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방송국 중계차들이 들어오고, 병원 장례식장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저녁 7시 40분쯤.

수도병원으로 헬기 한 대가 깜깜한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도착했습니다.

고 한 준위의 시신을 실은 헬기였습니다.

시신은 구급차에 실려 장례식장으로 옮겨졌고, 고인의 친지와 가족들이 이곳에 온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깊은 밤, 저는 그날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도 애통한 모습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故 한주호 준위의 유족들.

경남 진해에서 헬기를 타고 온 모녀. 부대에서 군복을 입고 달려나온 아들.

아들 한상기 중위는 아버지처럼 늠름한 현직 군인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에도 빈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일반 시민들을 포함한 각계각층의 조문행렬이 이어졌습니다.

빈소를 찾는 고인의 동료와 친구들은 하나같이 칭찬일색이었습니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 언제나 힘들고 어려운 일도 적극적으로 앞장서는..한 준위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후배를 구하겠다며 차가운 바다 속으로 뛰어든 50대의 그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3일장이 5일장으로 이틀 늘어나고, 지난 토요일..故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이 치러졌습니다.

사진 속 고인의 모습은 사나이 중의 사나이였습니다.

날카로운 눈빛, 굳게 다문 입술, 늠름한 표정은 영결식에 모인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짠하게 했습니다.

식장 안에는 군복을 입은 군인들, 특히 해군, 그 중에서도 고인이 몸담았던 UDT 대원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후배를 구하러 간다며 떠났던 그의 마지막 모습을, 이제 그 후배들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호랑이 같은 얼굴, 철통 같은 표정 속에 눈물 한 방울 없을 것 같았던 UDT 대원들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고인의 후배 김창길 준위의 추도사가 시작되자, 모두가 참았던 울음을 삼켰습니다.

 '가슴 속으로 운다'는 표현이 무슨 의미인줄 이 날 알았습니다.

영결식을 마치고, 운구행렬이 식장을 빠져나가려고 합니다.

그 순간, UDT 대원들은 예정에 없었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모두가 한 마음, 한 목소리가 되어 고인이 생전에 가장 즐겨 불렀던 해군가 "사나이 UDT가"를 합창했습니다.

"믿~음에 살고, 의~리에 죽는 사나이 ♪"

                          


군가가 그렇게 슬프게 들린 날은 처음이었습니다.

입으로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사람들의 눈에서는 쉴새 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사나이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는데, 사나이 중의 사나이라는 UDT 대원들은 그렇게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조금이라도 그의 마지막 모습을 더 담으려는 그들의 애절함은 그렇게 눈물 젖은 군가로 이어졌습니다.

그건 "사나이의 눈물"이었습니다.

 떠나간 동료를, 선배를, 후배를 그리는 진심 어린 추모의 눈물이었습니다.

비록 고인은 떠났지만, 그들의 가슴 속에 한주호 준위는 영원한 영웅으로 새겨졌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