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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극복 능력을 보여줘요"…오너의 귀환

삼성 이건희·금호 박찬구·쌍용 김석준 등 경영복귀…"적자생존 세계시장서 강력한 리더십 필요"

최근 재계에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오너들의 복귀가 줄을 잇고 있다.

오너들을 맞이한 기업들은 현재의 사업 환경을 중대한 위기로 인식하고 있거나 원대한 경영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국내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세계 시장경제 질서는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오너의 리더십을 통해 각종 난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기업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오너들 잇단 복귀 = '오너의 귀환'을 대표하는 사례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복귀를 들 수 있다.

그는 당분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에 전념하리라던 세간의 예상을 깨고 지난 24일 전격적으로 '삼성전자 회장'의 직함을 달고 경영 일선으로 돌아왔다.

2008년 4월22일 퇴진을 발표한 지 23개월만이다.

삼성은 도요타 사태 등을 지켜보면서 커진 '위기의식'이 이 회장이 조기에 복귀한 원인이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회장의 복귀와 함께 회사는 '회장실'을 설치하고 사장단 협의회 산하의 업무지원실과 법무, 커뮤니케이션팀을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업무지원실에 과거 전략기획실의 인사, 경영진단(감사) 기능이 부여되고 커뮤니케이션팀은 브랜드관리실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과정에서 전략기획실의 핵심 역할인 재무기능이 어느 실로 가게 될지,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상담역 등 전략기획실을 상징했던 인사들이 언제 복귀할지 등이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박찬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회장도 지난 15일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선임돼 경영에 복귀했다.

박 회장의 경영복귀는 작년 7월 말 형인 박삼구 그룹 명예회장과의 갈등 끝에 불명예 퇴진한 지 8개월 만이다.

박 회장의 복귀 배경은 유동성 위기가 닥쳤던 그룹의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회사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오너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박 회장이 일선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는 내달 그룹 정상화 방안이 확정되면 채권단과의 협의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의 경영을 맡아 정상화에 힘쓰게 된다.

최근 대표이사로 복귀한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전직 오너 출신 전문 경영인'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띤다.

고(故)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김 회장은 1998년 쌍용건설 대표이사 회장이 된 직후 외환위기로 그룹이 해체되는 위기를 겪었다.

김 회장은 당시 감자 등으로 보유지분 대부분을 잃었지만 1999년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갈 당시 전문경영인 자격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그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하는 등 경영능력을 인정받았지만 2006년 분식회계에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지난 19일 주주총회에서 4년 만에 대표이사로 돌아왔다.

해외 관련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그의 역량을 평가해 경영진과 주주들이 대표이사 직함을 다시 달아주는 데 의견을 같이했던 것이다.

◇두드러진 경영 행보, 대외활동 = 경영에 복귀한 사례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최근 오너 일가가 두드러진 경영 행보를 보이는 경우가 자주 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지난해 말 신세계 총괄대표로 선임되면서 공식적으로 경영권을 손에 쥔 정 부회장은 회사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이사회 일원으로도 이름을 올린 것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총괄대표 취임 후 온라인 사업 강화와 이마트의 가격경쟁력 확보, 백화점 사업 가속화 등 주요 경영과제를 제시하며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매일유업도 오너들이 경영 전면에 부상했다.

이 회사는 최근 김정완(53) 부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 발령하고 김정석(51) ㈜복원 대표를 부회장으로 새로 영입했다.

김정완 회장은 창업주 고(故) 김복용 회장의 3남1녀 중 장남이고 김정석 부회장은 차남이다.

3남인 김정민(48) 씨도 2008년부터 매일유업 계열사인 유·아동용품 전문기업 제로투세븐의 공동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매일유업이 '3형제 경영체제'를 구축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매일유업은 새로운 경영체제하에서 오는 2012년까지 '총 매출 1조6천억원, 국내 식품업체 10위 내 진입'이라는 의욕적인 목표를 내걸었다.

경영 활동을 재개하지는 않았지만 활발하게 대외활동을 이어가는 창업주도 있다.

최근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모습을 나타낸 포스코 박태준 명예회장이 그 사례로 꼽힌다.

그는 지난 23일 포스코 센터에서 열린 '2010 포스코 청암상' 시상식에 모습을 보였고, 지난달 17일에는 포스텍 2009학년도 학위수여식에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지난 22일 열린 그룹 창립 43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이 행사에서 전 대우그룹 계열사 임원들에게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젊은이들이 해외에서 자리 잡고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고 당부하는 등 사회공헌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적자생존의 논리가 더욱 부각되는 세계 시장 질서 속에서 각 기업은 창업주의 경험과 돌파력에 기대를 거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적인 경영 능력 이상의 리더십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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