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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혀도 잘 보이지도 않는데…" 무용지물 CCTV

잊을 만하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강력범죄.

그저 밤길 조심조심다니고, 으슥한 데 피해가는 것 외엔 불안한 마음을 달랠 길이 마땅치 않죠.

그래도 최근 그나마 시민들을 안심시켜 주는 게 골목골목 늘어가고 있는 '방범용 CCTV'일 겁니다.

현재 개인이 사비를 들여 설치한 CCTV 말고 나랏돈을 들여 설치한 '방범용 CCTV'는 서울시에만 6천여 대.(불법주차 단속이나 교통정보 수집용 CCTV와는 다른 방범용 CCTV를 말합니다.)

그런데 골목골목 설치된 CCTV 속에 범죄 용의자 얼굴이나 차량이 포착되면 잘 알아볼 수 있을까요?

먼저 범죄현장 일선에서 CCTV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아야 하는 경찰관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대부분 경찰들이 "찍히면 뭐해요? 잘 보이지도 않는데.."란 반응을 보였습니다.

현재 서울에 설치된 방범용 CCTV는 모두 41만화소 이하 아날로그 CCTV인데요.

얼굴 윤곽과 옷차림을 확인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정확한 모습을 파악하기는 쉽지가 않았습니다.

물론 같은 41만 화소 CCTV에도 성능 차이가 있고, 멀리서 찍은 피사체를 분석하기 위해 줌인해서 보면 여기서도 성능 차이가 나 얼굴이 확 깨찌는 경우도 있고, 그런대로 알아볼 만큼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쨌든 CCTV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열심히 이곳저곳 CCTV를 달아도, 그래서 그곳에서 운 좋게 범인을 잡을 단서가 나오더라도 얼굴이 안 보여서, 차량 분간이 쉽지 않아서 끝내 범인을 못잡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겁니다.

3~4년 전부터 디지털 CCTV가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일제였는데, 현재 국내 업체들도 개발에 박차를 가해 100만화소급 이상의 고화질 CCTV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CCTV 대신 고화질 CCTV를 달면 그만큼 CCTV가 범죄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실제로 지난해 검거된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잡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안산시에 설치돼 있던 150만화소 방범용 CCTV였습니다.

강호순이 훔친 차량에 살해한 여성을 가둬놓고 운전하는 모습과 차량 번호판이 해당 CCTV에 선명하게 찍혀 수사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습니다.

경기도 각 지자체들은 서울시 각 구청보다 더 많은 투자로 디지털 CCTV를 설치하고 관제망을 새로 깔아 방범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도 계속해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각 구청별로 예산 차이가 많이 나 CCTV 설치 대수는 물론 화질과 성능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강남구와 서초구 같은 경우, 아직은 없지만 올해 안에 2백만 화소급 CCTV를 도입, 설치한다는 계획인 데 반해 아직 CCTV 대수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자치구에서는 고화질 CCTV는 꿈도 못 꾸고, 책정된 예산으로 CCTV 설치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오는 곳에 성능이 좀 떨어지더라도 CCTV 설치하는 데 급급한 실정입니다.

물론 CCTV가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사생활 침해나 인권 문제도 걸려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CCTV라면 우선 제 구실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사생활 침해 문제는 화면 저장기간을 엄격히 준수한다든지 수사권을 가진 사람 외에는 CCTV 화면 분석을 제한하는 등

제도적 보완을 통해 최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도 안양시의 경우 2008년 혜진, 예슬양 사건이 일어난 뒤 시민들의 의견이 압도적으로 치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모였습니다.

안양시는 지난해 45억 원을 들여 150만 화소 방범용 CCTV 16대를 설치하고 자체 CCTV망을 깔고(대부분 자치단체들이 아직 KT에서 임대망을 쓰고 있습니다. 저장공간이 부족하고 화면전송, 압축에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CCTV 관제센터를 새로 개설했습니다.

'대수 늘리기'보다 중요한 건 CCTV의 성능. 

이제 '양보다 질'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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