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을 놓고 여야가 대치할 때면 으레 의장을 놓고 쟁탈전이 벌어진다. 현행 국회법에는 국회의장이 표결에 부칠 안건과 표결 결과를 선포할 때 '의장석'에서 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본회의장 뿐 아니라 상임위회의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국회법 해설서는 '의장석에서의 표결 선포' 규정은 상임위원회에도 준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안건을 처리하려면 어떻게든 의장석이나 위원장석을 확보해야한다는 얘기다.
의장석과 함께 의원들이 목숨 걸고 지키는 게 있다. 의사봉이다. 여야가 충돌하는 뉴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의사봉을 잡고 밀고 당기는 의원들 모습이다.
지난해 언젠가는 모 상임위 위원장이 의사봉을 뺏기자 서랍에 예비용으로 준비해둔 의사봉을 두들기는 기지(?)를 발휘해 상대당 의원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또 물리적 충돌까지 가는 격한 상황이 벌어질 때면 의사봉을 두드렸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한다. 안건 가결을 막은 쪽에서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의사봉 3타가 빠지게 되면 절차적 하자라는 이유를 들어 안건 처리 자체가 무효임을 주장한다.
그렇다면 의사봉도 반드시 쳐야하는가?
흔히 안건을 통과시키거나 의결을 할 때 의사봉을 3번 친다. 국회 사무처에서 위원장에게 회의 진행절차를 시나리오 형태로 적어 주는 문건에도 안건 상정이나 의결시 '의사봉 3타'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특정 법안을 처리할 경우 "000 법률개정안에 대해 다른 의견이 없으시면 원안대로 가결하고자 하는데 이의 없으십니까?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의사봉 3타)"라는 식이다.
하지만 국회법 어디에도 '의사봉 3타'에 대한 근거나 규정은 없다. 의사봉 사용은 제헌국회 때부터 내려오는 국회 선례에 따른 것이다. 결론적으로 의사봉을 치는 이유와 횟수에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법적으로는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의사봉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의사봉의 의미는 제헌국회 이래 지켜온 오랜 전통이라는 역사성에서 그 권위와 효력을 찾을 수 있다. 어떻게든 의사봉을 지키려하고 또 정 안되면 주먹이나 손바닥으로라도 '3타'를 하려고 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따라서 '의사봉 3타'가 제헌국회 이래 오랜 신뢰와 합의를 바탕으로 정립된 절차적 전통으로 존중돼야 한다. 또한 그런 전통에 걸맞게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대화와 타협의 자세를 확립해나가야 한다. 정치 선진화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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