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주변에서 너무 쉽게 볼수 있고 또 자주 이용하는 장소 가운데 하나가 은행입니다.
인터넷뱅킹 비중이 많이 늘어서 예전처럼 은행창구에 길게 줄서는 풍경은 사라졌지만, 은행 자동화기기 이용빈도는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비장애인은 당연하게 찾는 은행이 장애인들에게는 갈때마다 고역이라는 사실을 혹시 아십니까?
지체장애인 한분을 대동하고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시내의 한 은행. 건물 1층에 위치하고 있지만 계단이 십여개나 되어 도저히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은행 앞 이곳저곳을 살펴보지만 어디에도 장애인용 경사로는 없습니다.
결국 포기하고 또다른 근처 은행을 찾았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경사로는 없습니다. 하지만 계단이 2~3개로 다소 낮아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장애인은 주변사람이 부축하고 전동휠체어는 성인남자 4명이 낑낑거리며 옮겼습니다. 가까스로 들어온 자동화기기 입구. 하지만 복병은 또 있었습니다. 수동, 전동 모두 휠체어는 앞부분이 있어서 은행 ATM기기 하부공간이 높이 65센티미터, 깊이 45센티미터가 확보돼야 가까이 다가갈 수가 있는 겁니다. 게다가 보안때문에 자동화기기 화면은 측면에서 보면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결국 ATM기기 앞엔 갔지만 손도 안닿고 볼수도 없어 거래는 포기했습니다.
비단 두 은행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내 은행의 장애인 시설은 그야말로 열악 그 자체입니다. YMCA가 지난해말 서울시내 123곳 은행 650개 ATM기기를 조사한 결과 휠체어 접근을 위한 하부공간이 있는 ATM기기는 한개도 없었습니다. 열곳 가운데 7곳 가까이가 아예 경사로가 없었습니다.
경사로가 있는 곳도 문제는 많았습니다.
취재를 위해 찾아간 또다른 은행. 경사로가 있었지만 각도가 문제였습니다. 장애인 이동시설을 위한 적정 각도는 4.8도. 그런데 무려 21도가 넘게 가파랐습니다. 수동휠체어로는 혼자 올라가기도 버겁고 전동휠체어로 올라가다 잘못하면 쓰러져 부상의 위험마저 컸습니다. 이쯤되면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라기 보다는 은행 짐을 나르기 위한 간이시설로 보는 편이 더 맞을 듯 했습니다. 그야말로 무늬만 장애인 경사로인 셈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지원 시설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이 ATM기기를 이용하려면 점자형 키패드와 음성지원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시각장애인은 ATM기기에 이어폰을 연결해 안내 메시지를 득고, 점자형 키패드를 통해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해 은행업무를 보는 원립니다. 이런 기기는 조사대상 기기중에 단 6대. 0.9%에 불과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 법률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난 지금. 금융당국은 지난해말까지 은행들에게 장애인 시설 마련을 위한 대책을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은행들은 비용상승을 이유로 아직 진행속도는 더딘 편입니다. 2013년까지 은행들은 장애인들의 웹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뱅킹 시스템을 장애인이 이용할수 있도록 바꿔야 합니다.
취재에 동행한 지체장애인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저희가 은행에 못들어간다 하면 은행직원들은 우리가 도와주겠다로 말한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바라는건 때때마다 도와주는게 아니라 홀로 일을 보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시설과 시스템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현재 장애인 숫자는 450만명, 인구의 약 10%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후천적인 장애인도 늘어나고 있는 추셉니다. 인구 열명 가운데 한명을 위한 시설 투자는 결코 미뤄져야 할 일이 아닙니다.
G20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동시에 사회의 '국격'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소수이긴 하나 우리사회 구성원 가운데 하나인 계층을 위한 시설과 시스템이 얼마나 잘 갖춰져있느냐는 그런 국격을 높이는 작지만 의미있는 척도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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