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 취재수첩입니다.
지난 1993년 7월 미국 볼티모어에서 미국 프로야구 별들의 잔치인 올스타전이 열렸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몰려온 팬들로 도시 전체가 온통 야구 열기에 휩싸였습니다.
40도가 넘는 폭염을 헤치며 야구장으로 가는 인파가 거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그런데 야구장에 거의 도착했을 때 좀 황당한 일을 목격했습니다.
뜨거운 땡볕아래 한 걸인이 누더기차림의 두터운 겨울옷을 입고 앉아 있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행인들을 바라보는 그의 손에는 작은 피켓이 들려있었습니다.
순간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리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I need ticket!'
그는 당당하게도(?) 올스타전 티켓을 달라고 구걸하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에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그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행인들은 재미있다는 듯 껄껄 웃으며 그에게 티겟 대신 동전과 지폐를 던져주었습니다.
금새 수북하게 거금(?)이 쌓여갔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이렇게 구걸한 돈으로 암표를 사서라도 기어코 야구경기를 보는 '야구광 걸인'도 꽤 있다고 합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스포츠 '광팬'들이 존재하는 한 암표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밴쿠버올림픽을 앞두고 김연아 선수가 출전하는 피겨경기 입장권 암표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있다고 합니다.
우승자가 가려지는 프리스케이팅 입장권이 원래 가격보다 10배나 많은 550만 원 정도를 호가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피겨경기가 벌어질 퍼시픽 콜리세움은 관중석이 14,200석인 대규모 경기장입니다.
쇼트트랙도 여기서 경기가 펼쳐집니다.
이렇게 큰 경기장인데도 일찌감치 입장권이 매진됐고 올림픽이 임박하자 암표값이 하늘로 치솟고 있습니다.
걸인도 야구가 좋으면 땡볕에서 구걸을 해서라도 입장권을 사는데 피겨를 꼭 보고 싶은 팬들에게는 암표인들 어떻겠습니까?
재작년 고양 4대륙선수권에서도 S석 암표가 인터넷에서 100만원 이상에 거래된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밴쿠버올림픽 피겨 입장권 열풍도 다분히 김연아 선수의 높은 인기와 관련이 많습니다.
세계를 매혹한 그녀의 연기를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하는 전세계 팬들이 그 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대회가 임박할 수록 암표값은 수직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많습니다.
구하기가 어려우면 어려울 수록 경쟁적으로 구매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입장권값이 앞으로 얼마나 더 치솟을지, 대회가 열리기도 전에 피겨가 올림픽 열기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어쩌면 며칠 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 거리에서 야구올스타전이 열리던 볼티모어의 어느 여름 풍경이 재연될지도 모르겠습니다.
'I need ticket!'
2월 9일 취재수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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