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어느 참전용사의 안타까운 죽음

병환과 생활고를 비관한 70대 참전용사 자살

어제(4일) 오전 9시 반쯤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의 한 1층 단독주택에서 불이 났습니다.

방 두 개의 50제곱미터짜리 집에서 난 불은 10분 만에 꺼졌지만, 안방에서는 70대 남자가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남자의 목에는 전깃줄이 감겨 있었고 시신 주변에는 일부러 불을 놓은 흔적이 여럿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이 남자가 스스로 불을 지르고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목을 매는 것으로는 모자라 불까지 지르며 생을 마감하려 했던 이 남자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

숨진 남자는 79살 최 모 할아버집니다.

스무 살의 나이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다리를 크게 다쳐 장애등급 3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전쟁에 참전한 것은 확인받았지만 보훈심사위원회에서 전쟁 중 부상당한 것을 인정받지 못해 매달 30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 지급되는 '국가유공자 보훈급여금'은 받지 못했습니다.

대신 월 9만 원의 '참전 명예수당'만을 받았습니다.

몸이 아파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는 할아버지의 생활고는 이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다행히 30년 전, 동네에서 할아버지의 처지를 불쌍히 여긴 지금의 할머니를 만나 할아버지의 고단함은 조금 덜어지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병세는 갈수록 악화됐고, 당뇨 증세까지 심해지면서 할아버지는 3차례나 자살을 기도했습니다.

다행히 무위에 그쳤지만, 할아버지의 외로움과 고통은 더해갔습니다.

무엇보다 생계보조금(33만 원)과 장애수당(17만 원), 참전 명예수당(9만원) 만으로는 생활을 이어나가기가 어려웠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 약값에 보태겠다며 얼마 전부터 월 20만 원을 받고 취로사업을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어제도 취로사업에 나갔다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청천병력같은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30년을 함께 살았지만 생계 보조비가 끊길까봐 혼인신고도 하지 못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