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의 1주기를 맞아 몇가지 추모 행사가 열리는데요.
그중 첫번째로 김수환 추기경의 추모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추기경 비서실에 있던 사진들과 한국교회사연구소가 갖고 있던 사진, 평화신문이 갖고 있던 사진 등 121점이 전시되는데요.
육영수 여사와 청와대에서 만난 사진, 돌아가시기 두 달전 병실에서 비서 수녀님과 대화 나누시는 모습, 은퇴하신 뒤 혜화동 할아버지로 지낼 때의 인자한 할아버지 같은 모습 익히 알려진 87년 명동성당에서의 사진 등 다양한 사진이 있습니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도 일부 있고요.
전시된 사진 가운데 저의 눈을 가장 붙잡은 건 바로 아래 사진입니다.
그리고 이번 사진전엔 나오지 않았지만, 또 그 바로 아래에 있는 사진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바로 아래 있는 이 사진은 1990년 성탄 때 용산 철길 밑에 있는 '베들레헴의 집'이란 곳을 찾은 모습입니다. 갈 곳 없는 노인들이 계시는 사회복지시설인데요. 추기경은 이곳을 찾아 성탄 미사를 드렸습니다.
이 사진은 86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당시 상계동 재개발을 하면서 갈 곳을 잃고 투쟁하던 철거민들에게 찾아가 성탄 자정 미사를 드리는 추기경의 모습입니다.
김 추기경은 본인의 책에서 이런 말씀을 쓰셨습니다.
오늘 밤에 그리스도가 오신다면 저 가난한 달동네나 감옥처럼 구원을 갈망하는 이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오실 것입니다.
저는 추기경의 저 말씀을 무척 좋아합니다.
한국 천주교의 수장으로서 매년 가장 큰 행사의 하나인 성탄 자정 미사를 명동 대성당이 아닌 다른 곳에서 드린 추기경.
아기 예수가 어떤 화려한 모습도 아닌 누군가의 보살핌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그것도 어떤 화려함도 없는 마굿간의 구유에서 났다는 성탄의 의미를 김 추기경은 이런 실천으로 묵묵히 보여준 듯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나눔'과 '사랑'을 아주 많이 이야기하지만 정말 빽없고 힘 없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기란 사실 얼마나 어려운가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하긴 힘드니까...
그래도 종교인은 지도자는 나를 대신해서 이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봉사와 헌신을 약속하고 길에 들어선 종교인도 지도자도 막상 힘 없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한때 정말 어렵게 살았던 어떤 분도 서민의 눈물을 함께 하겠다며 종종 재래시장을 찾고 서민 음식도 드시지만 진정 힘 없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준다는 생각은 잘 안 드니까요.
김수환 추기경의 성탄 미사 사진을 보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됐지만 지난해 추기경께서 성탄 자정 미사를 명동 성당이 아닌 용산 참사 현장에서 올렸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김수환 추기경이 활동하셨던 80년대 후반과 21세기 한국 사회는 많이 달라지고 복잡해져서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기는 어려워졌습니다만...
성탄의 의미는 화려한 성당보다는 추운 거리에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감히 해봅니다.
그래서...
아주 어렸을 때 성당에서 먼 발치로만 잠깐 봤던 김수환 추기경의 사진을 보며 다시 추기경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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