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발생한 대지진으로 다친 환자들로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병원은 여전히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일부 아이티 주민은 여진 재발 우려와 확인되지 않은 괴소문에 병원 진료를 꺼리고 있고, 아이티 출신 의사도 거의 없어 체계적인 의료 시스템이 갖춰지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24일(현지시각) 오전 기자가 직접 둘러본 포르토프랭스 외곽의 커뮤니티 병원에는 한국 연세대의료원 '의료봉사단' 10여 명을 비롯해 미국, 일본, 캐나다 등 각국 의료진 40여 명이 일정 구역을 차지하고 환자를 돌봤다.
하지만 3층으로 지어진 이 병원에서 아이티인 의사는 단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김동수 봉사단 단장은 "현지인 의사들이 지진 발생 이후 도망갔다고 들었다. 아이티인 의사가 없다 보니 통역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통역이 엉망인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고 말했다.
'병원에 가면 다친 부위는 무조건 자른다'는 잘못된 소문에 아이티 주민이 병원을 꺼리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에 입원하지 못한 아이티 주민이 병원 주변 잔디밭에 70여개로 구성된 텐트촌을 형성할 정도로 부상자가 넘쳤지만 미국에서 건너온 자원봉사자 마크 우머(42.남) 씨는 "병원에 가면 무조건 다친 부위를 잘라내야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병원 오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병상 부족으로 애초부터 입원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 병원은 최대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지만 지진 피해 환자를 돌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병원 내 정원과 복도, 공간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누워있는 환자 수십명이 목격됐다.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다쳤던 조세프 야니카(26.여) 씨도 병원 복도의 매트리스에서 의료봉사단에게서 진료를 받은 직후 병원 밖 텐트촌으로 옮겨졌다.
연세대 의료원 봉사단 문은수 정형외과 전임의는 "야니카씨가 오른 다리 혈종으로 걷기조차 불가능하고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피까지 고여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지만 병원측이 중환자가 아닌 데다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텐트에서 재진료를 받게 한 것이다.
여진 가능성에 아이티 주민이 병원을 꺼린다는 말도 들렸다.
이틀 전부터 현지에서 진료해 온 고려대 안암병원 박관태 외과 전임의는 "아이티 주민은 건물에 들어가는 것조차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23일 포르토프랭스 델마 33번가의 한 건물에서 진료할 당시 200여명의 환자가 모여들었지만,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자 단 한 명도 남지 않고 모두 건물을 빠져나갔다는 게 박 전임의의 전언이다.
1999년 터키 대지진 때 의료봉사를 다녀왔다는 주희숙 간호사는 "지진을 한 번 경험하면 다음 여진 때 느끼는 공포는 정말로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포르토프랭스=연합뉴스)
여진 우려에 병원마저 두려운 아이티 주민
"현지인 의사들 지진 후 도망", '입원하면 무조건 절단' 소문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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