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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산책] 춤으로 '접속'하라

뮤지컬 '컨택트'와 장르 구분

'노래를 하지 않는 뮤지컬'

요즘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컨택트'는 흔히 이렇게 표현된다. '컨택트(contact)'는 '접촉', '연락', '접속', '소통'이라는 뜻이다. 뮤지컬 '컨택트'는 춤으로 관객과 '소통'한다. 배우는 전혀 노래를 부르지 않고, 대사도 많지 않다. 극 전체에 걸쳐 춤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일반적으로 보던 뮤지컬과는 다르다. 브로드웨이 최고의 안무가로 꼽히는 수잔 스트로만이 안무. 연출한 작품이다.

'컨택트'는 공연 장르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과연 노래를 하지 않는데 뮤지컬인가'라는 논란 말이다. '컨택트'는 이런 논란 속에서도 연극과 뮤지컬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토니상에서 2000년 뮤지컬 최우수 작품상과 안무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컨택트'를 보면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떠올린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매튜 본이 1995년 런던에서 발표한 '백조의 호수' 역시 노래는 나오지 않는다. 대사는 전혀 없다. 춤이 중심이다. 이 작품 역시 많은 연극. 뮤지컬 분야 상을 석권했다. '컨택트'보다도 앞선 1999년 토니상 뮤지컬 연출상, 안무상 등을 받았고, 같은 해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에서도 역시 최우수 안무상과 뮤지컬 연출상을 받았다.

그럼 '컨택트'와 '백조의 호수'의 장르에 관한 논란은 '종지부'를 찍은 것인가. '뮤지컬' 상을 수상했으니 뮤지컬로 정리하면 되는 것인가. 사실 의견은 일치되지 않는다. '백조의 호수'는 1996년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 상의 Best New Dace Production 부문을 수상했었다. (로렌스 올리비에 상은 연극과 뮤지컬 외에 무용/오페라 분야도 따로 시상한다.) 지금도 영국에서 꾸준히 공연되는 '백조의 호수'는 'musical'이라기보단 'dance'로 분류될 때가 많다.

매튜 본이 내한했을 때 기자회견에서 '당신 작품을 어떤 장르로 분류하면 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매튜 본의 대답은 이랬다.

"때로는 무용, 때로는 연극, 댄스 뮤지컬, 댄스 시어터로 불리기도 한다. 나도 사실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관객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컨택트' 역시 관객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이 작품은 로코코 화가 프라고나르의 그림 '그네'(아래)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첫 번째 에피소드 '그네 타기', 억압적인 남편에게 시달리는 중년 여성의 환상 속 자아 찾기를 춤으로 표현한 두 번째 에피소드 '당신 움직였어?', 그리고 직업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고독과 소외에 시달리던 남자가 이상형인 '노란 원피스 여인'과 춤으로 '접속'하게 된다는 세 번째 에피소드 '컨택트'로 구성돼 있다.

길이가 길고 작품의 주제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세 번째 에피소드 '컨택트'에 집중도가 높았다. '노란 원피스의 여인'을 완벽하게 형상화한 발레리나 김주원 씨의 카리스마 덕분이었다. 장현성 씨의 관록 있는 연기도 좋았다. 춤으로 접속, 혹은 소통하는 이들을 보면서, 나도 춤을 추고 싶어졌다. 다른 에피소드들도 출연진의 연기가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절묘한 안무와 구성이 '역시 수잔 스트로만'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러니 '컨택트'가 어떤 장르인지, 본질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러고 보면 공연 장르를 따지는 건, 분야를 나눠 시상하는 상을 줘야 할 때, 그리고 각기 다른 담당 분야를 맡는 기자들의 업무를 나눌 때('컨택트'를 취재하는 게 무용 담당 기자의 몫인가, 아니면 뮤지컬 담당 기자의 몫인가) 정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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