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경부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전기를 아껴쓰자'는 내용의 호소문이었죠.
최근 계속되는 한파로 전력수요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전력 수급이 커다란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이, 우리가 전기를 많이 써봤자 얼마나 쓴다고.'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그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기용품들이 전기를 얼마나 쓰고 있는지 알아 볼까요.
먼저 냉장고와 텔레비전.
2007년 한국전력거래소의 통계에 따르면 냉장고가 소비하는 전력은 평균 67W 텔레비전은 135W입니다.
많은 것인지, 적은 것인지 이게 얼마나 나오는 것인지 아리송하죠?
그럼 좀 몸집이 작은 헤어드라이기와 전기 다리미의 소비전력을 알아볼까요.
헤어드라이기의 소비 전력은 1,075W 전기다리미는 1,118W 라고 나오네요.
냉장고가 드라이어나 다리미보다 더 전기를 많이 소비할 것 같은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냉장고는 월평균 사용시간이 730시간 (냉장고는 하루 종일 켜 놓아야 하겠죠?^^)
헤어드라이기는 월평균 7.4시간, 다리미는 4.6시간입니다.
그러니깐 순간적으로 사용하는 소비전력은 헤어드라이기나 다리미가 높지만, 전체 전력량(예: 월평균 전력량)으로 비교했을 땐 냉장고가 훨씬 많게 되죠.
여기서 얻는 힌트!
헤어드라이기와 냉장고의 비교를 통해 봤듯이 일반적인 소비전력은 '열'을 내는 전열기기가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한파 때문에 사용량이 급증한 전기난로, 전기담요, 전기히터 등 전기 난방기기도 역시 소비전력이 엄청 나겠죠.
여기에 사용하는 시간도 늘어났다고 한다면, 올 겨울 전력수요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많은 난방기기들 가운데 가장 전기를 잡아먹는 주범은 누구일까요?
짜잔! 바로 요즘 급 부상하고 있는 '시스템 에어컨'입니다.
시스템에어컨은 원래 'EHP(Electricity Heat Pump)'가 정식명칭인데요, EHP의 한 종류인 '시스템에어컨'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어서 이 글에선 쉽게 '시스템에어컨'이라고 통칭하겠습니다.(시스템 에어컨 ⊂ EHP 라고 보면 됩니다.)
시스템 에어컨은 어떻게 생긴 걸까요?
흔히 식당이나 커피전문점, 학교, 학원, 상가, 대형 건물 안의 천장을 올려다보면 여름에는 냉방, 겨울에는 난방이 가능한 천장형 에어컨이 있습니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길쭉하게 세워놓는 일반적인 에어컨 모양의 시스템 에어컨도 있구요.
'시스템에어컨'은 쉽게 말해, 기계 하나로 여름엔 냉장, 겨울엔 난방이 가능한 전기제품으로 보시면 됩니다. 흔히 여름에 사용하는 일반적인 에어컨은 실내에선 냉방이 되고, 실외기로 뜨거운 바람을 내보냅니다. 이때 냉매를 거꾸로 가게 만든다면 추울 때는 실내에선 난방을, 실외기로는 찬 바람을 내보낼 수 있습니다.
이런 기능을 추가해 새롭게 탄생한 것이 바로 '시스템에어컨'이죠!
또 가스난방보다 싸고, 쾌적하고, 유지와 관리가 편리하기 때문에 최근 대형건물이나 매장, 학교 등에서 난방기기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시스템에어컨이 전기를 어마어마하게 잡아 먹는다는 점입니다. 직접 실험을 해본 결과, 18평형(59제곱미터 정도 되겠죠?) 시스템에어컨은 실내온도를 20도로 유지하기 위해 2100~2300W 정도의 소비전력을 사용했습니다. 전력을 많이 소비한다는 전기난로가 1200W 정도 나오니깐, 전기난로의 2배나 되는 값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소비전력과 함께 사용시간도 중요한데 시스템에어컨이 전력을 잡아먹는 주범으로 꼽히는 가장 큰 이유는 매장이나 건물에서 이를 '주 난방원'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기난로나 전기담요는 주로 가스난방을 사용하는 가정 등에서 사용하는 '보조 난방원'입니다. 그래서 사용시간이 짧습니다.
하지만 대형건물에서는 최근 '주 난방원'으로 하루종일 시스템에어컨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최근 2년간 판매된 시스템에어컨은 30만대. 이를 모두 가동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전력은 원자력 발전소 2곳의 발전용량과 맞먹는 양입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철 최대 전력수요가 여름철 전력수요를 초과했다고 하는데, 16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7개 지역에서는 얼마 전 한파와 폭설로 길게는 이틀 정도, 약 10만 가구가 정전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 지역에서도 폭설로 이틀간 수천가구가 정전됐다고 합니다.
단지 쓰기 편하다는 이유로 너무나 많이 쓰고 있는 전기.
전기를 이용한 난방이 일반화되고 있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요.
이번 취재를 통해서 많이 절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기도 우리가 아껴써야할 에너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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