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제약업계 영업사원들의 자살이 잇따라 발생해 그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이들의 업무 부담이 컸다는 정황이 드러난 반면 해당 기업은 업무와 관련성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대기업 계열 제약업체 A사의 영업사원 윤모(35)씨가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자살했다.
앞서 5월에는 또 다른 대기업 계열 B사의 20대 후반 영업사원 임씨가 대전에서 연탄불을 피워 자살했으며 두 달 앞선 3월에도 중견 제약기업 C사의 인천지점 영업사원 이모(31)씨가 유서를 남기고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과정에서 윤 씨와 이 씨의 자살은 회사일과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노원경찰서 수사기록에 따르면 윤 씨는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통보받고 비관 끝에 목숨을 끊었다. 수도권 종합병원 영업을 담당한 윤 씨는 강남의 대형병원에서 자사 제품이 '퇴출'되자 사직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사의 영업사원 이 씨와 관련 인천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가족과 회사 동료들 말로는 실적이 좋지 못해 이 씨가 힘들어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임 씨의 유족은 유품을 정리하던 중 대전 지역 영업 대상 병의원에 약품 처방금액의 일정 비율을 '리베이트'로 전달한 것으로 파악되는 서류를 발견, 지난 9월 보건복지가족부 등에 조사를 요청했다.
영업사원의 잇따른 자살과 관련 제약업계는 최근 리베이트에 대한 제재가 강화된 가운데 처방이 줄어든 제약사 영업사원들에게 부담이 가중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과징금과 약가인하 등 정부 제재에 따라 최근 업계는 공격적 영업을 지양하는 분위기인 반면 병의원·약국에서는 제약사에 처방 또는 구매에 따른 뒷돈을 기대하는 심리가 사라지지 않아 영업사원들의 입장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제품 경쟁력보다 리베이트에 의존해 매출을 올렸던 제약사의 경우 실적이 떨어지면서 영업사원들의 더욱 압박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처방이 줄고 결제도 잘 안 돼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영업사원들이 많을 것"이라며 "차별성·경쟁력이 없는 중소 제약사들의 사정이 특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약사만 엄벌에 처하기보다 리베이트를 '받는 쪽'에 대해서도 강력한 제재가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영업사원의 소속 기업들은 모두 "개인 문제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지 회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업무와 관련성을 부인했다.
(서울=연합뉴스)
제약 영업사원 잇단 자살, 왜
업계 "병원·회사 양쪽 압박…업무부담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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