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0일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출범은 미국 정치사에 신기원을 연 날이다.
흑인인 버락 오바마가 232년 미합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백악관 주인으로 입성한 것 자체가 일대 사건이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의 8년 만의 정권교체, 백인과 다른 '피부색'을 가진 대통령의 첫 등장, 40대 후반 신진기예 정치인의 드라마틱한 성공스토리라는 단순한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정치·사회·외교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변화였다. 오바마 캠프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당신이 믿을 수 있는 변화(Change you can trust)'가 새로운 행정부 출범과 더불어 현실정치에서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정권출범 초기부터 쏟아져 나온 관타나모 기지폐쇄, 중앙정보국(CIA)의 테러리스트 고문 진상 규명, 군내 동성애자 커밍아웃법 폐지, 기후변화협약 참여와 에너지 효율정책 추진, 건강개혁법안 개혁, 금융규제 강화법안 추진 등은 조지 부시 전임 행정부와는 정치적, 이념적 지향점이 완전히 다른 국정어젠다들이다.
또한 대외관계에서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부시식 일방외교에서 벗어나 '소프트파워'에 치중한 유연한 외교가 큰 흐름을 이뤘다. 중동,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아프리카, 한반도 담당특사 등을 별도로 두고 각 지역별 외교안보 현안 해결에 나서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한 것.
비록 오바마 행정부가 취임 첫 해에 '특사 외교'를 통해 뚜렷한 성과물을 낸 것은 없지만,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전문성과 협상력을 갖춘 특사 기용이 효험을 볼 것이라는 긍정적인 관측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첫해에 노벨평화상을 받게된 것을 놓고 미국 국내에서조차 여러가지 말이 많지만, '핵 없는 세상' 구현을 위한 비전 제시와 동구권 미사일계획(MD) 철회 등이 직·간접적인 밑거름을 제공한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라는 '부(負)의 유산'을 물려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분야에서도 지난 1년간 일정 정도의 성과를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7천 870억 달러의 경기부양자금에 대한 의회의 동의를 밀어붙인 뒤 이를 시장 곳곳에 풀어 신용경색 해소와 경기 진작을 유도했다.
이런 노력으로 미국의 주택시장은 모기지 위기 당시와 비교해 상당히 진정된 상태이며, 다우지수는 취임일 7천 949포인트에서 12월 14일 현재 1만 501포인트로 2천 500여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문제는 두 자릿수인 10%대에 진입한 고실업률이다. 추수감사절을 기해 내놓은 오바마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가 일자리 창출에 맞춰질 정도로 고공행진 중인 실업률은 오바마 행정부가 직면한 최대 경제현안이다.
일자리 문제에 덜미를 잡힌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 파나마, 콜롬비아정부와 체결한 FTA(자유무역협정) 관련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하지도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전미자동차노조 등 미국내 관련 노조들이 이들 FTA의 의회처리 시 미국내 일자리가 더 줄어들 것이라고 계속 경고음을 내고 있는 것을 오바마 행정부가 외면하지 못하는 탓이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초 70%가 넘는 지지율을 구가했으나,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갤럽의 조사결과 취임 11개월이 다 되어가는 12월 14일 현재 48%까지 떨어진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린 '악재'는 건강보험개혁과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문제다. 전 국민 의료보험제 성격을 띤 건강보험개혁은 진보진영에서는 환영을 받았지만, 노년층 백인 유권자 등 기득권 세력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또 아프가니스탄에 3만 명을 증파키로 한 결정은 야당인 공화당의 환영을 받았지만, 건강보험개혁과는 달리 진보진영으로부터 냉담한 반응이 되돌아왔다. "아프간에 미군을 증파하면서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느냐"는 따끔한 지적도 나왔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는 집권 첫해에 나라 안팎으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면서 '달라진 미국'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키워내는데 일정 부분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전임 정부와의 차별화에 지나치게 집착한 측면이 있었고, 이는 미국 사회 및 정치의 이념적 양극화를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이 과연 취임 첫해에 보여준 약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최대화함으로써 집권 2년차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지에 대해 미국뿐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오바마 행정부의 2009년 새로운 미국 실험
[2009 국제 결산 ①] 안팎서 '변화' 추구…이념적 양극화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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