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구 온난화의 저주를 풀고자 전세계 환경 전문가들과 지도자들이 덴마크 코펜하겐에 모인다.
이들은 7일 개막한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의 배출 감축량을 둘러싸고 힘겨운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보여 회의 진행 과정에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는 2012년 종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신할 새로운 협정을 채택해야 한다는 국제적 압력이 높지만,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이 달라 협상 전망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총회 마지막 날인 18일 이명박 대통령과 미국 오바마 대통령 등 세계 100여 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정상회의가 개최되며, 이날 최종 합의안의 구체적 모습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온실가스 최대 방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어떤 추가 조치를 내놓느냐가 이번 총회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온실가스 감축 협상 난항 예상 = 금번 총회는 2013년 이후(포스트 교토의정서)에 전 세계가 지켜야 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모색하는 자리지만 구속력 있는 결정이 나오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게 환경부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1997년 합의된 교토의정서는 선진국만 2008~2012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2% 줄이도록 했다.
이후 세계 각국은 2007년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13차 총회에서 2013년 이후에는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도 각자 능력에 맞게 감축에 참여한다는 기본 원칙에 합의했다.
하지만,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코펜하겐 회의에서 구속력 있는 결과물이 나오기 어려울 것임을 예고했다.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주요국 정상들은 폐막날인 지난 달 15일 조찬회동을 통해 법적 구속력을 지닌 새 기후변화 협약 체결을 내년이나 그 이후로 미루기로 의견을 모았다.
코펜하겐 총회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지난 달 5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엔 기후회의 준비모임에서도 주요 쟁점에 관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코펜하겐 총회에서는 추후 협상 타결을 위한 정치적 의지를 담은 결정문(decision)을 채택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9일 "이번 총회 의장국인 덴마크가 추후 협상 타결을 위한 '정치적으로 구속력 있는 합의(politically binding agreement)' 도출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합의문에는 포스트 교토 체제의 구성요소에 대한 기본 원칙과 새로운 협상시한이 포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체적인 감축 목표 등은 내년 6월 독일 본이나 내년 12월 멕시코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 선진국-개도국 '동상이몽' = 코펜하겐 총회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은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규모, 녹색기술 이전 및 지원금 규모 등을 놓고 격론을 벌일 전망이다.
협상의 성공 여부는 기후변화의 원인제공자인 선진국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더 높이고 개도국을 지원할 자금을 얼마나 많이 내놓느냐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도 구속력 있는 감축 목표를 제시하라고 촉구하는 반면 개도국은 지구온난화의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이 먼저 온실가스를 대폭 줄이라며 맞서고 있다.
지금까지 선진국이 발표한 감축목표는 국제 과학자들의 모임인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가 권고한 수준과 개도국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IPCC는 선진국을 상대로 1990년 대비 25~40% 감축을 권고하고 있으며, 42개의 섬나라로 구성된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은 45% 이상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 집계 결과 선진국들의 감축 목표는 전체적으로 1990년 대비 16~23% 수준이며, 미국을 포함하면 12~19%에 불과하다.
개도국은 선진국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에서 40%가량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에 대해 일부 선진국은 현실적이지 못하며 특히 세계 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 너무 성급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IPCC는 개도국도 배출전망치(BAU) 대비 15~30%를 감축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들은 목표가 자발적 성격을 가져야 하며 불이행 때 법적 제재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경제성장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효율을 높이는 국내총생산(GDP)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선진국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녹색기술 이전과 재정 지원을 놓고서도 선진국과 개도국은 입장이 엇갈린다.
개도국은 선진국이 보유한 기후변화대응 환경기술을 한층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선진국은 시장메커니즘에 의한 기술이전이 더 효율적이며, 기존의 기술이전 관련 제도를 우선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EU는 개도국을 지원하는 데 2020년까지 매년 1천억 유로(173조 원)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개도국들은 2천억~3천억 유로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어 경제적 보상 없이는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 한국, 기후협상 선점하나 = 한국은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홍보하고 외국 대표단과 분야별 교류 등을 통해 앞으로 기후대응 협상에서 유리한 지위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교토의정서의 의무감축국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난달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국가로는 처음으로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 30%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기후변화에 선제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만의 환경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103명의 정부 대표단이 파견된다.
대표단은 11개 부처 57명으로 구성된 협상대표단, 국회의원과 각 부처 자문위원 46명으로 이뤄진 자문위원단으로 꾸려졌다.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선진국)으로 편입될지도 관심거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의무감축국이 아닌 나라는 한국과 멕시코뿐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GDP 규모가 세계 15위이며 지난 10년간(1990~2000년)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은 세계 11위, 1990~2005년 배출 증가율은 99%로 OECD 국가 중 1위여서 국제적으로 개도국의 지위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지구온난화 저주' 코펜하겐서 풀릴까
온실가스 감축 새협정 도출 힘들듯…개도·선진국 이견 때문, 한국은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에 포함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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