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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자판 방식 통일 가능할까?

기술표준 통일한다

사례1)

"고기 1인분 주세요!" "네~" 

가끔씩 외식할 때,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 중 하나는 뭐니뭐니해도 양입니다. 

어떤 고기집은 1인분의 양을 2백그램으로 달아오지만,  또 다른 고기집은 150그램을 내오기도 하죠. 

"에게~ 이모. 양이 뭐 이래요?" "불만 있으면 딴집 가라."

"그럼 반찬이라도 좀 많이 줘요."

단골집이라도 참 따지지가 쉽지 않습니다.

사례2)

휴대전화 제조사를 바꾸기가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자판 작성법이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삼성, 엘지, 모터로라, 스카이. 바꿀 때마다 문자메시지 작성법을 하루 작심하고 공부해야 할 정도입니다.

특히, 취재원과 식사를 하면서, 식탁 밑으로는 몰래 본사 데스크 선배에게 취재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보내는 경우가 많은 기자직업에겐 더욱 휴대전화 교체가 꺼려지죠.

그 뿐인가요? 같은 제조사라도 모델별로 휴대폰 충전기 접속단자 규격이 모두 다릅니다. 한번 잃어버리면 5천원에서 8천원씩 주고 사야 하는데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사례3)

서울 신림동에 사는 주부 성낙숙 씨.(뉴스 제작이 급해 섭외한 친구 이모님입니다.^^)

성씨네 거실엔, 텔레비전 리모컨이 다섯개나 굴러다닙니다. TV를 바꿀때마다 새 것을 사다 보니, 비용은 물론이고 헷갈리기 일쑤죠. 

더구나 가장 불편한 점은, 삼성 리모컨은 삼성 텔레비전만, LG 리모컨은 LG 텔레비전만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성낙숙/서울 신림동 : 방마다 리모컨이 몇 개인지 몰라요, 우리집에도. 돌아다니는 게. 삼성 전용이라고 나오는데 이것도 LG에다가 갖다대고 하면 다 된다고 하더니 안되고..."

사례 1,2,3)의 공통점이 뭘까요?

맞습니다. 업소나 제조사 별로 표준이 제각각이어서 발생하는 불편이라는 점이겠죠.

이런 불편을 없애기 위해, 정부가 도전에 나섰습니다.

지식경제부는 앞으로 3년안에 이른바 <생활표준 50개>를 정해, 표준을 통일화한다고 발표했는데요, 

먼저, 가전제품의 리모컨과 휴대전화 자판은 내년까지, 노트북 컴퓨터 어댑터는 내후년까지 국가표준을 마련해 각 제조사별로 다른 기술규격을 통일합니다.

또, 전기차 충전 시스템, 하이브리드차 연비측정 기준 같은 미래형 녹색기술도 2012년까지는 통일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고추장의 매운맛과 음식점 고기 1인분의 양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표준도 정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런저런 기준이 통일되면 확실히 소비자들에겐 훨씬 편리해지겠군요.

하지만 계획대로 잘 될까요?

우선 휴대전화 자판 기술 통일에 대해, 국내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29%를 차지하는 LG전자에게 입장을 물어봤습니다.

의외로 매우 민감한 사항이라서 그런지, 양사 모두 공개 인터뷰를 꺼려하더군요.

하지만 내부 관계자들에게 취재한 내용을 정리해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 "우리 기술이 시장지배적 기술이므로 당연히 우리 자판 방식으로 통일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리 기술이 표준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기술표준 통일에 찬성."

업계 1위다 보니, 나름대로 여유가 있군요.

다음은 LG전자입니다.

LG전자 관계자) "원칙론적으로는 찬성. 기술표준이 통일되면, 그동안 자판 방식이 달라 생긴 장벽도 허물어질 것.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순전히 기술적인 우월성으로 뺏어올 수 있다는거다. 업계 1위 탈환도 가능해지는 것이지. 이런 점에서 자판 방식이 삼성전자 방식으로 통일되는 것도 크게 나쁘지 않다. 다만 강제적인 규격 통일인 만큼, 로열티를 삼성에 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리해보면, 삼성 애니콜 방식으로 자판방식을 통일해도 좋지만, 대신 그 로열티에 대한 책임을 면해주라는겁니다.

하지만, 과연 자유시장경제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으로 공짜로 특허를 나눠갖는게 가능할까요?

LG 전자의 입장을 뒤집어 해석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삼성이 기술을 공짜로 공유하면 우리도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돈 달라면 우리식으로 간다"

그럼, 지식경제부가 두 경쟁사가 타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자판 방식을 개발할 수 있을까요?

고기 1인분의 양이나 고추장의 맛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쟁 업소, 경쟁 회사마다 제각각의 노하우를 그대로 살리면서 최소한의 공통 규격을 만드는 일은 말처럼 쉽지않을 겁니다.

이렇게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정말 '착한 정책'이긴 한데, 업체 입장에서 보면 ''실현이 의문스러운' 또 하나의 규제가 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되기만 한다면야 그 효과는 물론 간과할 수 없습니다.  표준 장벽이 허물어지면, 그야말로 품질과 기술로만 경쟁이 되다보니, 업체들의 기술 발전 속도도 더 빨라질 것입니다.

80년대, 홈 비디오 시장에서 베타 테입 기술을 고집했다가, 결국은 시장 도퇴를 자초한 소니의 예를 되새겨본다면, 우리 기업들도 마냥 볼맨 소리만 할 때는 아닐 것입니다.

과연, 정부가 업체들 간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의 실타래를 풀 수 있을지, 그리고 우리 기업들도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고 협조할 수 있을지 여부에 이번 정책의 성패가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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